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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의도에선] “그만 좀 와라” 국회 파행에 의원들 지역구 행차도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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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의도에선] “그만 좀 와라” 국회 파행에 의원들 지역구 행차도 눈총

입력
2019.06.26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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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수록 환영했는데, 3개월 공전에 분위기 반전… 한국당도 “주민 보기 민망”

 4ㆍ3보선 당선 여영국 정의당 의원 “본회의장 한번 못 들어갈라” 씁쓸 

25일 오전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인 송석준(오른쪽부터), 박덕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관석 위원장에게 불참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인 송석준(오른쪽부터), 박덕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관석 위원장에게 불참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구에 그만 좀 와라. 이제 국회에서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서울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요즘 지역구를 다니면 주민들이 종종 기이한 쓴소리를 한다고 전했다. 지역주민들이 국회 장기 파행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지역에 얼굴을 안 비친다고 욕먹는 게 일상이지만, 최근엔 ‘국회를 닫아놓고 할 일은 안 하는’ 국회의원들을 조소하는 반응이 나온다는 얘기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가 세 달째 ‘휴업’ 상태에 들어가면서 정치인을 바라보는 지역구의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다. 보통 ‘지역 방문’은 지역구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다. 지역 민원 해결이 ‘일 잘하는 정치인’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지역을 자주 찾아 주민들과 얼마나 접촉했느냐에 따라 재선 여부도 결정된다. 지역 방문을 소홀히 하면 ‘오랜만에 봐서 얼굴을 까먹을 뻔 했다’, ‘지역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을 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요즘은 지역구에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의원 대다수의 설명이다. 지난 4월5일 본회의 이후 국회가 81일째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자 국회를 비판하는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자유한국당은 지난 24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지 2시간 만에 철회했다. 이 때문에 주민을 마주하는 게 민망하다고 자조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지역구에 그만 오라’는 쓴소리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거리가 멀어 자주 찾을 수 없는 데도, 이제는 지역구보다 법안 처리가 우선이라는 게 여론이 됐을 지경이다. 제주지역의 민주당 의원은 “’비행기 값도 많이 들어가는데 (자주 오지 말고) 서울에서 일 좀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전했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평화당도 비슷한 처지다. 한 의원은 “지금 같이 시간이 있을 때 지역구에 자주 내려가야 하는데, 국회가 노니깐 자주 가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정의당 원내대변인인 여영국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원내대변인인 여영국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4당이 ‘단독 국회 소집’이란 강수를 꺼낸 든 것도 국회를 질타하는 지역 여론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일단 개문발차해 ‘일하는 국회로 만들라’는 지역 민심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개점휴업이 길어지면서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게 ‘소원’인 국회의원도 생겼다. 지난 4ㆍ3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다. 그는 지난 4월5일 의원 선서를 한 이후 단 한 번도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여 의원은 “’이러다가 다음 선거 때까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지역주민이 많다”며 “임기 1년인 국회의원이지만, 법안을 심사하고 논의하는 기회가 이 정도로 없을 줄 몰랐다. 너무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한국당은 지역구에 따라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을 협상하기 위해 ‘빨리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국회 등원이 늦어질수록 ‘발목잡는’ 야당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보수의 텃밭이자 의원 수가 가장 많은 대구ㆍ경북(TK) 의원들은 ‘민주당에 밀리면 안 된다’는 여론을 전해 듣는다. TK가 지역구인 초선 의원은 “국회 정상화 합의가 길어져도 지역구에선 전혀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공전을 거듭해 온 국회 본회의가 지난 24일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 등으로 마무리 되자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연합뉴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공전을 거듭해 온 국회 본회의가 지난 24일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 등으로 마무리 되자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연합뉴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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