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줄이기로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백브리핑은 회의나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 식으로 입장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는 정치권의 관행이다. 이를 축소하는 것은 쟁점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언론소통 대신 ‘사고’가 날 것을 꺼려 보신에 급급한 현재의 처지를 드러낸 셈이다.
황 대표는 25일 중앙보훈병원 방문 뒤 평소와 달리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기다리던 취재진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여야 국회 정상화 합의문 추인이 불발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묻자 “기회가 되면 말씀 드리겠다”고 만한 채 현장을 떴다.
이는 민경욱 대변인이 전날 “대표의 백브리핑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민 대변인은 “내부적으로 (대표의 백브리핑이)위험하고 힘들다, 부담이 많이 간다는 말이 있다”며 “대변인에게 물어볼 게 있고, 대표 본인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대표를 너무 쉽게 만나니 여러 일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이해찬 대표도백브리핑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황 대표 측이 취임 직후부터 “백브리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이 대표를 거론하며 백브리핑을 줄이겠다고 한 것은 최근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과 아들 스펙 관련 발언으로 잇따라 입길에 오른 게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아들이 학점은 3점이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지만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발언했다가,이튿날 “아들의 학점은 3.29, 토익은 925점”이라고 해명해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 뒤 기자들이 입장을 묻자 “낮은 점수를 높게 얘기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느냐”라고 반박해 논란을 키웠다.
이해찬 대표 역시 그간 설화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는 장애인 당원 행사에서 “정치권에도 정신 장애인들이 많다”고 해 물의를 빚었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대치 과정에서 한국당을 겨냥,“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 있겠냐”고 말해 비판을 불렀다.
정치권에선 이처럼 감수성 부족을 노출하는 발언으로 수 차례 도마에 올랐던 제1ㆍ2야당 대표가 아예 소통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논란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논란이 된 발언들이 대체로 백브리핑이 아닌 공개 석상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본질은 외면한 채 애꿎은 언론 탓을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소통의 내용이 문제지방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특히 한국당의 경우 대표의 공개 발언이 논란이 되고,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화를 키우는 일이 반복되는 것으로 볼 때 전반적인 메시지관리,위기관리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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