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청 앞에서 홍진선 수원군공항 이전 반대 화성시 범시민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 피켓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범시민대책위 제공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의 대립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화성시는 페어플레이를 하자며 수원시의 앞뒤 다른 행동을 꼬집고 있는 반면 수원시는 공론화를 거부한 건 바로 화성시라며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상생협력을 위해 별도 기구까지 만든 양 도시가 상호 불신만 키우며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25일 화성시에 따르면 수원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지목된 화성시 화옹지구 인근 주민들은 이달 초부터 ‘화성시민 우롱하는 여론몰이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원시가 앞에서는 ‘산수화’ 협의기구를 통해 상생협력을 외치면서 뒤로는 화성 동서지역 주민 갈등을 부추기는 한 지방언론의 여론조사를 교묘히 이용하는가 하면 불법 현수막을 내거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수화’는 경기 오산시의 ‘산’, 수원시의 ‘수’, 화성시의 ‘화’ 자에서 따온 이름으로, 지난달 28일 상생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화성시 브랜드이미지. 화성시 제공

한때는 산수화를 통해 상호 협력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화성시가 추진하고 있는 ‘함백산 메모리얼 파크 건립’ 사업이 수원시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수원시의회가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화장장 건립 추진에 반대하지 않으며 수원시와 화성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생의 방안을 도출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문을 낸 것이다. 메모리얼 파크는 화장로 13기와 봉안시설, 자연장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수원시도 이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최근 경기 화성시 시내와 수원군공항 이전 후보지 등에 '수원군공항 이전' 관련 내용을 담은 정체불명의 불법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화성시는 이를 모두 제거한 상태다. 화성시 제공

하지만 수원시가 앞에서는 상생하는 듯 하면서 뒤에서는 지역언론 등을 지원해 여론조사와 기획기사 등을 내면서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게 화성시의 주장이다.

실제 경기지역 한 지역언론사는 지난 3월에 이어 이날 수원군공항 이전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결과를 지면에 게재했다. 지난 3월 여론조사결과 보다 반대는 7.5%p 줄었고, 찬성 5.5%p 늘었다는 내용이다. 앞서 이 매체는 3월 설문에서 반대 60.3%, 찬성 29.9%로 나왔으며, 수원군공항과 인접한 병점, 반월 지역은 반대로 찬성비율이 61%라고 보도한 바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지역언론에서 생뚱맞은 여론조사를 3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나 실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며 “이는 수원시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며, 수원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조사결과를 내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화성시내 곳곳에 ‘수원군공항 이전’ 관련 불법 현수막이 몰래 내걸리고 있다”며 “명의는 시민단체이지만 과연 그들이 자발적으로 했을까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수원시 브랜드이미지. 수원시 제공

이에 수원시는 적반하장이라며 화성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산수화’ 공동 의제에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를 제외하자고 제안한 것이 바로 화성시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수원시는 이를 공론화 시켜 대책 논의를 하려 했다.

이는 화성시도 인정했다. 군공항 이전을 철회한 뒤에 논의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이전을 전제로 한 대책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시의 반대로 산수화의 공동 의제는 교통·교육·환경, 긴급 재난 공동 대응 등 주민 편익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수원시의 주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시가 무슨 이유로 언론사를 지원해 여론조사를 하고, 불법 현수막을 내걸겠느냐”며 “해당 언론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기사를 쓰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표한 것일 뿐 절대 그런 일 없고, 불법 현수막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군공항 이전 문제’를 산수화의 공동 의제로 올려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려고 했는데 화성시에서 먼저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공론화가 되면 자신들이 불리한 것을 알기 때문에 이 같은 내용은 알리지 않고 수원시가 꼼수를 부리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맞섰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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