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문제 최우선 논의하겠지만… 동맹국 방문 때마다 화웨이 보이콧 동참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30일 방한에서 대북 문제를 최우선 현안으로 다룰 전망이지만 한국 정부에 대해서 만만찮은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반(反) 화웨이’를 기치로 중국 압박 전선을 전방위로 구축하는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도 노골적으로 동참을 요구하면 우리 정부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30일 만나는 경제ㆍ기업인들에게도 화웨이에 맞서는 전선에 동참하라고 거침없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의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분명히 북한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면서 "(한미)무역도 논의 주제일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미자유무역협정 개정으로 올해 초 이후 한미 무역관계가 상당히 개선됐다"면서 "양 정상이 이 또한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동맹국들에 무역 불균형 문제와 방위비 인상을 제기해왔던 터라 이번 방한에서도 이 같은 요구가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덧붙여 미국이 최근 동맹국들에 요구하는 것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품 보이콧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올해 들어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동맹국들을 방문할 때마다 기자회견 등을 통해 “화웨이 장비로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국가들과는 민감한 안보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화웨이의 5G 네트워크가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주장인데, 첨단 기술 분야에서 벌어지는 미중간 세력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어 주변국들로선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 담판이 예정돼 있으나 화웨이 문제를 포함한 무역 이슈들이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양측이 추가 관세 부과 등 보복전을 중단하고 협상을 재개하는 일시적 휴전 수순을 밟을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인데, 이 휴전 기간 주변국들에 대한 미중의 줄 세우기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일본 등과 달리 화웨이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 미국의 압박 수위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매년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방위비 인상 문제는 언제든지 거론될 수 있는 사안이다. 조이 야마모토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주최한 한미 전략포럼 행사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은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자국 보호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하기를 원한다는 걸 분명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여기에 속한다”면서 방위비 인상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 재검토 작업이 끝나면 우리는 조만간 차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대한 협상을 다시 한국과 시작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마모토 과장은 또 미 정부 관계자로는 이례적으로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일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서 한일 관계 문제도 다뤄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방한 이틀째인 30일 경제 분야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대미 투자 확대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 국빈방문 당시 첫 일정으로 일본 주요 기업인들과 만찬을 갖고 공정한 무역과 대미 투자를 압박한 바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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