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을 앓는 사회복무요원이 소속 기초자치단체 직원들의 도움으로 병무청 심사를 거쳐 소집 해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인천 미추홀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미추홀구 한 부서에서 대체 복무 중이었던 사회복무요원 A(24)씨는 이달 19일 인천병무지청에서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소집 해제됐다. 인천병무지청은 이날 내과 의사 등 심의위원과 외부위원이 참여한 심사위원회를 열고 난치병 환자인 A씨에 대해 복무 불가 판정을 내렸다.
A씨의 소집 해제는 동료들의 애정 어린 관심으로 가능했다. A씨와 함께 근무했던 구청 담당 부서와 다른 사회복무요원 등 13명의 동료들은 A씨의 병역 재검 탄원서를 낸 데 이어 최근엔 소집해제 신청서까지 병무청에 제출했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질병 등으로 계속 복무하는 게 부적합하다고 인정된 사회복무요원의 소집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중학생 때부터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원인 모를 관절 통증에 시달려 온 A씨는 2014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병역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 2015년 재검에서도 보류 판정을 받은 A씨는 2017년 ‘전신 홍반 루푸스’ 확진 판정도 받았다. 루푸스의 경우, 외부로부터 인체를 방어하는 면역계에 이상 징후가 생기면서 피부나 관절 등 전신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현재까지 완치법이 없다.
3차 재검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A씨는 구청에서 복무를 하면서도 햇빛에 노출되면 나타나는 발진과 류머티즘으로 인한 통증 등에 시달렸다. 24개월간 연가와 병가를 합쳐 59일까지 쓸 수 있는데, 증상이 심해질 때마다 휴가를 사용하면서 연장 복무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에 A씨의 어머니는 올해 3월 사회복무요원 재검 기준을 완화하고 병가 초과로 인해 연장 근무를 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A씨는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날만큼의 심한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성실하게 복무했으며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숨어서 참고 버틸 정도로 품성 면에서도 최고였다”라며 “내년 여름 소집 해제가 예정됐지만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는 상황 등이 우려돼 직원들 의견을 모아 소집 해제 신청을 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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