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 발표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퇴임을 한 달여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이 과거 검찰의 검찰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문 총장은 25일 “과거사위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민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며 “큰 고통을 당한 피해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검찰이 자행한 숱한 인권 유린과 제도적 폭력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에게 머리 숙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갈 길은 멀지만 새로운 검찰로 거듭나려는 의미 있는 걸음이라 평가한다.

문 총장의 반성에도 검찰의 부끄러운 과거 청산은 완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4일 발표된 김학의 전 법무차관 검찰 수사 결과만 해도 ‘부실 수사’란 오명을 덧씌웠을 뿐이다. 사건 핵심인 김 전 차관의 성폭력과 청와대 외압, ‘윤중천 리스트’ 의혹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문 총장은 “김 전 차관 사건 자체가 부끄럽지만 더 부끄러운 건 1ㆍ2차 수사에서 검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으나 3차 수사에서도 나타난 한계와 무능을 더 아파해야 한다. 과거사위가 검찰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사항 중 ‘오만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목이 이번 김 전 차관 재수사에서도 드러난 셈이다.

검찰의 과거 청산은 반성에 그칠 게 아니라 피해자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이어져야 한다. 2017년 12월 출범한 과거사위는 17개 사건을 재조사해 용산참사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8건에서 부실 수사와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문 총장은 지난해 박종철 열사 부친인 고 박정기씨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방문해 사과했듯이 퇴임 전에 용산참사 피해자와 강씨를 찾아가 사죄하고 피해 보상과 명예 회복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

검찰이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향후 권한을 남용하거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형사사법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문 총장의 약속이 식언이 돼서는 안 된다. 과거사 반성이 ‘여론 무마용 청산쇼’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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