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준, 훈련 중 황대헌 바지 벗겨 성희롱 문제 불거지며 징계까지
“성폭행 파문·여자 숙소 무단 출입 잇단 사고에도 솜방망이 처벌”
쇼트트랙 대표팀이 또 사고를 쳤다. 훈련 중 발생한 동성간 성희롱 문제로 선수단 전원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쫓겨났다. 한 종목 팀 전체가 선수촌에서 퇴촌 조처를 받은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25일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따르면 25일 쇼트트랙 대표팀이 지난 17일 진천선수촌에서 암벽 등반 훈련을 하던 중 남자 국가대표 임효준(23ㆍ고양시청)이 다른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후배 황대헌(20ㆍ한국체대)의 바지를 벗겼다. 속옷까지 벗겨져 수치심을 느낀 황대헌은 성희롱으로 선수촌에 신고했다. 둘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다.
임효준 측은 “장난기 어린 행동이었지만 상대가 기분 나빴다면 분명 잘못한 일”이라며 “황대헌 선수에게 거듭 사과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황대헌 측은 “여자 선수들도 있는 자리에서 일이 벌어져 수치심이 크고 수면제를 복용하고 잘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신고를 접수한 대한체육회와 선수촌은 24일 오후 쇼트트랙 대표팀 전체의 ‘기강 해이’를 이유로 남자 8명, 여자 8명 대표팀 16명과 코치진을 한달 간 퇴촌시키기로 결정했다. 25일 짐을 싸 선수촌을 나온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훈련을 이어가야 한다. 일부 선수의 장난 때문에 벌어진 사건으로 대표팀 전체가 피해를 봤지만 선수단은 전원 퇴촌 결정에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파문으로 국민과 체육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쇼트트랙은 지난 2월에도 선수촌에서 남자 국가대표 김건우(21)가 남자 선수들이 출입할 수 없는 여자 숙소에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발각돼 물의를 일으켰다. 그리고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한번 사고가 터져 일벌백계가 불가피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쇼트트랙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쇼트트랙이 사고뭉치 집단으로 전락한 이유는 선수들의 안일한 문제 의식과 반복되는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전 빙상계 관계자는 “올림픽 때만 잘하면 된다는 선수들의 그릇된 인식이 문제”라며 “사고를 쳐도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에 경각심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빙상 실업팀 감독은 “빙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안 좋은 상황인데, 선수들이 심각성을 인지 못하고 순간 순간 잊어버리는 것 같다”면서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모든 빙상인의 책임”이라고 씁쓸해했다.
빙상연맹은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촌 퇴촌과 별도로 7월 첫 주에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고 A선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존 사례를 비춰볼 때 중징계보다는 가벼운 처벌로 끝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4개월 전 여자 숙소를 무단 출입한 김건우는 1개월 출전정지, 김건우의 출입을 도운 여자 대표 김예진(20)은 견책 처분에 그쳐 차기 시즌 대표팀 선발전에 출전하는데 전혀 걸림돌은 없었다. 더구나 이번 일은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들간에 일어난 문제라서 경징계에 무게가 실린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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