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공급한 한 공공아파트의 텃밭에서 아이들이 직접 먹거리를 재배하고 있다. LH 제공

아파트 각 세대에 기상 알람에 맞춰 조명이 켜지고, 외출ㆍ귀가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가스ㆍ조명이 조절된다. 사물인터넷(IoT)이 실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ㆍ황사 등 유해환경을 미리 알려준다. 단지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도서관, 방과 후 교실, 주민 전용 카페 등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져 있고 아파트 1층마다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무인 택배보관함도 있다. 주민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1시간 단위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카셰어링’ 서비스도 운용된다. 단지 내 자투리 땅은 입주민들이 텃밭으로 활용해 직접 먹거리를 재배한다.

민간 대형 건설사들이 지은 고급 아파트가 아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고 있는 공공임대아파트의 모습이다. 붕어빵 찍어내듯이 평면이나 모양이 똑같고 생활편의 시설도 절대적으로 부족해 질 낮은 주거공간 취급을 받았던 공공주택이 확 달라지고 있다. 공급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최신식 설계는 물론 입주민을 위한 주거 서비스에도 공을 들이면서 “공공주택은 주거 환경이 좋지 않다”는 선입견이 깨지고 있다.

 ◇창의적 설계로 변모하는 공공주택 

25일 LH에 따르면 1972년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공공임대아파트가 효시인 공공주택은 1980년대 도시 지역 집값이 급등해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계층을 상대로 본격적인 팽창을 시작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한 국민임대, 노무현 정부 때의 10년 공공임대를 거치면서 현재 전국에 112만가구가 공급됐다.

그러나 공공주택은 ‘이미지 개선’이라는 숙제를 늘 안고 있었다. 초소형 위주로 공급되고 마감재 수준도 떨어져 질 낮은 주거공간의 대명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환경이 나빠져 집값이 내려간다는 인식도 강했다.

그러던 공공주택이 이젠 확 달라지고 있다. 디자인부터 변모하고 있다. LH는 과거 획일적이던 공공주택 디자인을 혁신하기 위해 공공주택 설계공모대전과 하우징어워드 등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기존 일자형 주택이 아닌 창의적 디자인의 ‘새 옷’을 입힌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지역 특성을 잃은 채 복제 생산되는 공공주택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의적 아이디어만을 평가해 당선작을 선정하는 계획설계 분리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LH가 공급한 한 공공임대주택에서 거동이 불편한 입주자를 위해 도우미들이 가사일을 대신해주고 있다. LH 제공
 ◇생활편의-일자리 공존 마을공동체로 

LH는 공간과 시설의 공유가 가능한 ‘공유형 주택’도 도입하고 있다. 공유형 주택에서는 공간과 시설 공유를 통해 주거단지를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육아와 교육, 여가 등 다양한 사회ㆍ문화 서비스 이용까지 가능해진다. 특히 최근에는 미세먼지와 폭염 등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비해 에어컨 무상 공급과 열 차단 페인트 시공, 단지 내 미세먼지 측정 및 알림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LH는 공공주택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도 함께 하고 있다. 단순 주거공간 공급에 급급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공공주택 단지를 일자리 제공과 육아ㆍ노인 돌봄 등이 함께 이루어지는 마을공동체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H는 입주청소와 가사대행, 노인 돌봄, 작은 도서관 순회사서, 실버택배 등 입주민의 경제적 자립을 도우면서 주거생활 편의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공공주택 단지 기반 서비스들을 발굴해냈다.

이외에도 LH는 단지 내에 입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동육아나눔터’와 주민 카페, 공동텃밭(LH 팜)등을 도입해 다양한 연령층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그 동안 공공주택은 열악한 시설, 획일적인 디자인 등으로 입주민과 지역에서 환영 받지 못했다”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누구나 살고 싶은 국민의 쉼터’로 변모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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