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페스티벌은 지리멸렬… 지방이 록 새로운 중심지로
여름은 음악 축제의 계절이다. 최근 힙합 및 전자댄스음악(EDM) 페스티벌이 부상하고 있지만, 정통은 역시 록 음악이다. 1999년 서울 동두천 록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2006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2009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등 대형 축제가 연달아 열렸다. 오아시스와 뮤즈, 라디오헤드 등 전설적인 밴드가 한국을 찾으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한때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 등 해외 대형 축제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을 정도였다.
그간 서울과 수도권에 쏠려 있던 록 음악 팬이 지방으로 향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와 강원 인제군이 새로운 록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록 페스티벌의 대명사 역할을 했던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주최 및 주관사가 자주 바뀌면서 예전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다.
지방 페스티벌은 라인업부터가 우선 눈에 띈다. 8월 2일부터 사흘간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JUMF)은 세계적인 메탈 밴드 스트라이퍼와 알마낙을 섭외했다. 패스코드와 브래츠(BRATS) 등 일본 유명 밴드도 이곳을 찾는다. 같은 달 16일부터 18일까지 인제 잔디구장 및 소양강변 일대에서 개최될 강원 록 페스티벌은 일본 공연 섭외 1순위인 헤이스미스를 비롯해 전인권과 YB 등이 출연한다. 강원 록 페스티벌 관계자는 “그간 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많지 않았다”며 “일본 외 다양한 국가의 메탈 밴드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저렴한 티켓 가격도 매력적이다. JUMF는 정가 기준 3일권이 11만원이며, 강원 록 페스티벌은 15만원이다. 반면 다음달 26일부터 사흘간 경기 이천시에서 열리는 지산 록 페스티벌은 2배 가까이 비싼 26만원에 달한다. 지난 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EDM 페스티벌 울트라 코리아는 34만원까지 호가했다. JUMF를 기획한 이태동 전주MBC PD는 “지방 거주자들이 수도권 페스티벌을 가지 못하는 이유가 높은 비용 때문”이라며 “지역민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먼 곳에서 오는 사회초년생과 대학생에게는 최소한의 부담을 주기 위해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비해 떨어지는 관객 동원력은 숙제다. JUMF가 열리는 전주시 인구는 서울 송파구 수준인 65만명에 불과하며, 강원 록 페스티벌의 인제군은 3만명을 간신히 넘긴다. 표 판매를 위해 대중음악 가수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달 27일 개최되는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은 아이돌 그룹 출신 지오디(god)를 첫날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섭외해 록 음악 팬들의 빈축을 샀다. 페스티벌 관계자는 “내년에도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표가 팔려야 하기에 내린 결정”이라며 “서울에 비해 인구도 적은 데다 시 지원도 10년째 5억원으로 동결돼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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