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낮 12시 3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하철로 들어가는 지하 입구 쪽이 시끌시끌해졌다.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 당원들과 용역직원들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경찰들도 충돌을 막기 위해 몰려갔다. 그 사이 애국당 당원들은 기습적으로 가로 3m, 세로 6m 크기의 천막을 꺼내 다시 설치했다. 이날 오전 7시 20분쯤 천막이 철거당한 그 위치 그대로였다. 낮 12시 40분쯤 애국당 텐트 설치가 끝났다. 애국당의 ‘천막 게릴라전’에 광화문광장이 5시간 만에 뚫렸다.
애국당이 천막을 처음 설치한 것은 지난 5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내려진 2017년 3월 10일,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다 숨진 5명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서울시는 몇 차례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끝에 이날 새벽 5시 20분쯤 직원 500명과 용역업체 직원 400명 등을 투입, 2시간 동안 불법으로 설치된 천막 등 3동을 철거했다.
철거 완료 뒤 광화문광장으로 몰려온 당원과 지지자들은 ‘사생결단 결사 항쟁’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집회를 벌였다. 지나가던 시민과 욕설을 주고받는 등 마찰도 극심했다. 이 때문에 다시 설치된 애국당 천막을 바라보는 시민들 시선은 곱지 않다. 서광호(64)씨는 “확성기를 들고 입만 열면 ‘빨갱이’이라고 하는 등 틈만 나면 시비 거는데 경찰은 오히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막는다”고 말했다. 박창현(29)씨도 “광화문광장의 특성상 누구나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애국당은 주변 사람에게 시비걸고 모독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시 행정대집행에 나설 계획이지만 애국당은 물러설 기색이 없다. 당원 박모(67)씨는 “올해 안에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든 대통령직을 내놔야 한다”며 “‘3월 10일’ 진상규명에 박원순 시장이 입을 다물고 있는 한 계속 농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천막을 철거 전의 두 배 규모로 늘리겠다고 공공연히 언급하더니 재설치 작업 뒤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 인근까지 천막 3동을 더 설치했다.
이 때문에 애국당과 서울시가 앞으로 천막 설치와 철거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철거 집행 뒤 페이스북에다 “앞으로도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로선 다시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번 철거도 47일간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세 번이나 보낸 끝에 이뤄진 것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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