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는 드라마 시장에서 상당히 눈에 띄는 변화들이 이루어졌던 시기였다.
최근 몇 년 간 시청률 난조에 고민하던 지상파 채널들은 파격적인 편성전략 변화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연이은 흥행을 이어가던 tvN, OCN을 대신해 JTBC가 종편-케이블 채널의 새로운 드라마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 ‘편성 변경 단행’...절치부심 지상파
지상파 3사 가운데 올 상반기 가장 만족스러운 시청률 성적표를 손에 쥔 것은 KBS였다.
지난 3월 종영한 수목극 ‘왜 그래 풍상씨’가 자체 최고 시청률 22.7%를 기록하며 올 상반기 방송된 지상파 3사 평일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을 얻은 것이다. 지난 해 평일 드라마 성적에서 참패했던 KBS가 시청률을 회복하기 위해 전형적인 주말극 포맷을 수목극으로 끌어왔다는 혹평도 뒤따랐지만, 결과적으로 의도했던 ‘성적’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기록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왜그래 풍상씨’의 후속작 ‘닥터 프리즈너’ 역시 자체 최고 시청률 15.8%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역시 지켜냈다. 현재 방송 중인 ‘단, 하나의 사랑’ 역시 동시간대 경쟁작인 ‘봄밤’과 엎치락뒤치락 하면서도 수목극 1위를 지키고 있다.
월화극과 주말극의 성적 역시 나쁘지 않았던 KBS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죄와 벌’은 주연 배우 박신양의 부상, 조연배우 하차 등의 구설수에 끊임없이 휩싸이며 자체 최고 시청률 9.3%로 종영했다. 시즌1에 비해서는 반토막에 가까운 성적이지만, 쉴새 없던 논란을 감안했을 때 첫 방송과 마지막 방송 동시간대 1위라는 기록은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KBS의 자존심인 주말극의 시청률은 여전히 ‘믿고 가는’ 카드다. ‘하나뿐인 내편’은 자체 최고 시청률 49.4%를 돌파했으며, 현재 방송 중인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자체 최고 33.6%를 기록한 상태다.
SBS는 지난 2월 종영한 수목극 ‘황후의 품격’이 자체 최고시청률 17.9%를 기록하며 쾌조의 시청률 스타트를 끊었다. 드라마 자체는 자극적인 전개와 설정으로 인한 각종 논란과 스태프 혹사 논란, 주연배우 부상 및 조기 하차 등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청률은 선전하며 4회 연장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던 작품이었다.
다소 찝찝한 성공이었지만, SBS는 이후 첫 금토극 편성작 ‘열혈사제’의 성공으로 체면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방송된 ‘열혈사제’는 최종회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시즌2 예고와 함께 종영했다. 높은 시청률뿐만 아니라 김남길, 이하늬, 김성균을 필두로 고준, 금새록, 김형묵 등 출연 배우들이 모두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한 ‘열혈사제’는 단연 올 상반기 SBS 최고의 흥행작이었다.
하지만 SBS의 상반기 흥행 질주는 ‘열혈사제’ 이후로 전무했다. 조정석과 윤시윤, 한예리 등을 앞세워 야심차게 출발했던 후속작 ‘녹두꽃’은 현재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화극과 수목극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해치’ ‘초면에 사랑합니다’는 모두 10%를 넘지 못하는 시청률로 아쉬움을 자아냈으며, ‘빅이슈’와 ‘절대 그이’ 역시 한예슬, 주진모, 여진구 등 인기 배우들을 앞세웠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특히 현재 방송 중인 ‘초면에 사랑합니다’는 최근 2~3%대 까지 떨어진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MBC는 상반기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가장 먼저 새로운 시도를 알리며 반전을 꾀했다.
MBC는 앞서 올해 드라마 제작비에 지난해 대비 19% 정도 상승한 2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하지만 역대급 제작비를 투입했던 ‘아이템’ ‘이몽’을 비롯해 ‘더 뱅커’까지 저조한 시청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초라하게 종영하며 빨간불을 켰다. 회당 7억원에 육박했던 제작비도(드라마 ‘아이템’), 유지태, 이요원, 주지훈, 김상중, 채시라, 유동근 등 쟁쟁한 배우들의 캐스팅도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당초 기대작으로 꼽혔던 작품들 외에도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나쁜형사’ ‘봄이 오나 봄’마저 만족스러운 성적을 얻지 못하며 상반기 MBC 드라마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MBC는 약 40년 만에 ‘파격 편성변경 단행’이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수목극 ‘봄밤’과 월화극 ‘검법남녀2’의 9시 편성을 통해 ‘평일 10시 드라마’ 공식을 폐지하고 ‘평일 9시 드라마’ 블록을 신설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방송 중인 두 작품의 시청률은 7~8%대를 기록 중이다. 아직 종영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10%대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산재한다.
MBC 측은 이 같은 평일 드라마의 파격적인 편성 이동 이유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과 변화하는 시청자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선제적 전략”이라며 “밤 10시 시간대 채널에 관계없이 같은 장르가 편성됨에 따라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의 정상화와 시청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의미도 담았다”고 밝혔다.
MBC의 편성 단행 소식이 전해진 이후 SBS 역시 올 여름 시즌 한시적으로 월화극 폐지 편성 전략 도입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금토드라마의 도입으로 ‘열혈사제’ 흥행이라는 결과를 낳았던 SBS는 월화 오후 10시 시간대에 드라마 대신 예능을 편성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방송 중인 ‘초면에 사랑합니다’ 종영 이후부터 적용 예정이다. 다만 KBS는 편성 변경 전략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전해진 바는 없다.
◆ ‘시청률 왕국 OCN∙tvN’은 옛말? JTBC의 선전
상반기 케이블∙종편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크게 주목 받은 채널은 JTBC였다.
JTBC는 지난 2월 종영한 금토극 ‘SKY 캐슬’이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 ‘초대박 흥행’에 성공하면서 웰메이드 드라마 강자로서의 존재감을 알렸다. 비록 후속작인 ‘리갈하이’가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 흥행 부진 공식을 깨지 못하고 고전했지만, 비슷한 시기 방송된 월화극 ‘눈이 부시게’가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호평 속 종영함에 따라 체면을 살렸다. 특히 ‘눈이부시게’의 주연 배우였던 김혜자가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다소 아쉬웠던 시청률과는 별개로 작품에 의미를 더했다.
JTBC가 주목 받는 굵직한 작품을 배출한 것은 맞지만, ‘일뜨청’ ‘으라차차 와이키키2’ ‘아름다운 세상’ 등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남긴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현재 방송 중인 ‘바람이 분다’와 금토극 ‘보좌관’은 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두 작품 모두 갓 출발을 알렸으며 방송을 거듭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반등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JTBC를 제외한 종편 채널들은 크게 주목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 TV조선의 경우 ‘바벨’과 ‘조선생존기’가 이렇다 할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며 지난 해 흥행작이었던 ‘대군’의 기세를 이어받지 못했다. MBN 역시 ‘최고의 치킨’이 1.3%의 시청률로 조용히 종영하는 씁쓸함을 맛봤다. 상반기 편성이 없었던 채널A는 오는 7월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통해 하반기를 노린다.
지난 몇 년간 인상적인 작품들을 남기며 ‘흥행 왕국’으로 불리던 케이블 채널 tvN와 OCN은 2019년 상반기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OCN은 현재 방송 중인 ‘보이스3’가 4.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앞서 방송된 ‘빙의’ ‘킬잇’ ‘구해줘2’ 등이 2%대에 머무른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아쉬움 속 고전했다.
tvN은 ‘왕이 된 남자’(자체 최고 10.9%) ‘자백’(자체 최고 6.3%) 등 뜻밖의 작품들이 유의미한 흥행을 거뒀지만, 기대를 모았던 제작비 540억의 초대작 ‘아스달 연대기’가 혹평 속 고전하며 난항 중이다.
이나영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로맨스는 별책부록’ 역시 6.7%의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으나, 10%의 벽은 넘지 못하며 화제성에 버금가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동욱과 유인나의 두 번째 만남으로 주목 받았던 ‘진심이 닿다’ 역시 4.7%, 김재욱∙박민영의 ‘그녀의 사생활’은 3.1%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박보영과 임수정이 전면에 나선 ‘어비스’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역시 2~3%대의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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