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G20 놓치면 당분간 한일정상 만남 계기없어…"대일 외교전략 재점검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관계의 전환점으로 주목 받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당초 기대와 달리 양국 갈등의 골만 확인시켜줄 분위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G20을 나흘 앞둔 24일까지도 우리 정부에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으면서다. G20의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면 한일 관계를 되돌릴 기회가 당분간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정상회담을 두고 기싸움을 펼치는 일본 행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대일 외교전략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8, 29일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G20회의를 목전에 둔 24일에도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일본이 회담 제의에 화답할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일본 정부는 실무 접촉 때부터 강제징용 문제와 한일 정상회담을 연계, 한국이 중재위원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의장국 정상인 아베 총리의 일정 상 회담 개최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共同)통신은 이와 관련 일본 정부가 이미 한국 측에 일정을 이유로 회담 개최가 곤란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이 방침을 바꾸면 모르겠지만 지금대로라면 (회담은) 무산될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G20 정상회의 직전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갈등을 풀지 못한 상황에서 예견된 사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19일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출연하는 방안을 제시하긴 했으나, G20을 앞두고 급히 제안한 데다 일본 기업의 배상 전례를 남겨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제를 손상시키길 꺼려하는 일본 정부로선 수용할 확률이 거의 없는 제안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열더라도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일본 측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없는 한 대화 자체를 거부했던 박근혜 정부 당시 모습을 따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일본이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중재위 수용과 연계, 외교적 결례를 범하면서까지 우리 정부에 날을 세우는 모습에 대해 외교가에선 ‘전례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규호 한일미래포럼 대표(전 주영 대사)는 “다자회의 주최국에 참가국 정상이 회담을 제의하면 어떤 형태로든 답을 주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회담 거절도 문제지만 사정 설명 등 성의 있게 답하지 않는 자체가 중대한 결례이자 유례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G20 정상회의마저 지나치면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계기가 좀처럼 마련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G20 이후 당분간 아베 총리와 문 대통령이 한 자리에 모일 대형 외교 이벤트가 없어서다. 또 아베 총리는 내달 21일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데다, 문 대통령도 북미 정상간 친서 교환을 계기로 대화의 싹을 띄운 한반도 비핵화 협상 재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일 이슈가 자리잡을 공간이 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양국이 억지로라도 마주 앉아 스킨십을 쌓는 방식으로 강제징용 해법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종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화해 계기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무작정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물밑 또는 실무급 접촉을 통해 징용 갈등 대안을 찾는 시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내놓은 한일 공동기금 마련 방안을 철회하긴 어렵기 때문에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를 일본에 설득해나가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며 “물론 그 전에 피해자 설득과 국내 기업의 참여 독려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사를 비롯한 막판까지 모든 채널을 동원해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사되도록 전력을 쏟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