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 새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오스모 벤스케는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인정받는다. 그는 "유명한 도시에서의 연주도 중요하지만, 교향악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에까지 음악을 전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악장과 부악장, 단원들은 물론 노동조합까지 우리는 모두 하나의 팀으로 함께 연주합니다. 우리의 재능과 기술로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둘 겁니다.”

‘오케스트라 빌더(Orchestra Builder)’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 ‘음악 외교관.’ 핀란드 출신 유명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66)에게 따라붙는 별명이다. 내년 3월부터 음악감독으로서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을 이끌게 된 그가 강조한 것은 역시 화합이었다. 정명훈 전 음악감독이 박현정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2015년 말 사임한 후 서울시향은 음악감독 부재와 잇따른 소송으로 어수선했다. 서울시향이 재도약을 위해 벤스케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벤스케 신임 음악감독은 “서울시향은 연주 단체를 넘어서 하나의 예술기관”이라며 “단원들뿐 아니라 직원들과 이사진 모두가 현재의 서울시향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가 함께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벤스케의 리더십은 여러 차례 검증됐다. 2003년 9월부터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지역 악단에서 미국의 주요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2012~2014년 장장 16개월간 이어진 오케스트라의 파업 이후 오케스트라를 재건하기도 했다. 당시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예정됐던 연주회를 취소할 정도로 단원과 경영진의 갈등이 심각했다. 이후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이사회, 단원, 사무국의 소통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데 벤스케의 공이 컸다.

핀란드 라티 심포(명예지휘자), 아이슬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수석객원지휘자) 등 벤스케의 리더십에 반한 악단은 그와의 연을 10년 넘게 이어 간다. 그런 벤스케가 서울행을 결정한 건 서울시향의 잠재력 때문이었다. 벤스케는 2015년부터 지난 2월까지 서울시향과 네번의 연주를 함께 했다. 그는 “유명한 오케스트라도 많이 지휘해 봤지만,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저항하거나 지쳐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서울시향은 언제나 새 음악적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

벤스케 음악감독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던 전략을 서울시향과 함께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공연하는 장소에서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연주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서울시향이 상주할 수 있는 전용 콘서트홀이 꼭 필요합니다. 또 좋은 음반 녹음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교향악단이 될 수 있어요. 세계적 페스티벌에 진출해 명성이 생기면 국내에서의 위상도 공고히 하게 된다는 세 가지 전략이에요.”

벤스케는 음악으로 갈등이 해결되는 장면을 여러 번 경험했다.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는 2015년 쿠바에서 외교단절 이후 최초로 연주한 미국 오케스트라다. 지난해에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연주했다. 갈등과 화합이 오가는 한반도에서 그는 “음악으로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벤스케 음악감독의 취임 연주회는 내년 2월에 열린다. 그는 당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갈 예정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