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24일 전남 영광 한빛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 중간조사결과를 통해 지난달 10일 근무자들이 원자로 출력을 잘못 계산하고, 무면허 운전자가 감독도 없이 원자로의 브레이크인 제어봉을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원자로의 열출력이 제한치인 5%를 넘어 18%까지 치솟아 자칫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하루 앞서 23일에는 공극 발견 등 시공 부실로 1년 넘게 정비 중인 한빛3호기 격납건물에서 압력 누설 현상이 발생했다. 원전 측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지만, 격납건물은 원전 사고 시 방사성물질의 외부 유출을 막는 최후 방벽이라는 점에서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방사성 폐기물 반입이 중단된 경주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에 대한 조사 결과 원자력연구원이 2015년부터 경주 방폐장에 보낸 폐기물 중 80%의 방사능 정보가 잘못 기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원전 가동 이후 42년 만에 시공, 운전, 사후 처리 등 전 과정에서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난 것이다.
탈원전 지지자들은 이를 탈원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을 것이고, 반대로 친원전 진영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인력 유출 등 원전 생태계가 급격히 붕괴된 탓이라고 공격할 수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표방 이후 인력 유출, 연구ᆞ개발 축소, 해외 원전 수주 감소 등 원자력산업 후퇴 현상이 예상보다 급격히 진행된 것은 사실이다. 또 원자력 관련 투자와 숙련 인력 이탈이 현 총체적 난국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임도 부인하기 힘들다. 24일 공개된 ‘한국형 원전 수출 1호’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장기 정비계약의 기간과 범위가 당초 기대보다 크게 축소된 것도 이런 국내 상황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좋든 싫든 향후 60년은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 원전산업 후퇴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자칫 가까운 미래에 원전 운영을 외국 기술에 의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이념 논쟁은 접어두고, 우선 당면 문제 대응을 위한 실용적 해결책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