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KT-NC전이 열린 수원구장의 텅 빈 관중석. 수원=연합뉴스

한국 프로스포츠의 선두주자로 군림했던 프로야구 열기가 급속도로 식어가는 분위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 시즌 반환점을 지난 24일 현재 누적 관중은 468만1,21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4만5,961명)보다 9%나 감소했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는 고사하고 700만명도 장담할 수 없는 흐름이다. 구단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LG는 홈쇼핑을 통해 티켓 예매를 하는 프로모션까지 하며 관중 유치에 나섰다.

야구 전문가들은 ‘재미없는 스포츠’로 전락한 것이 관중들이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극단적인 순위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3.5경기 차로 물고 물려 있는 6위 삼성부터 꼴찌 롯데까지가 야구팬들 사이에서 ‘2부리그’로 불린다. 그나마 최근 NC가 부진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싸움의 불씨라도 살아 있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인 상황이다. 특히 전국구 인기 구단인 롯데와 KIA가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결정적이다. 23일까지 올스타전 투표 결과 베스트12에 롯데, KIA, 한화 선수는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롯데 선수가 명단에서 사라진 건 2003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 수준의 저하도 심각하다. KBO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반발력이 높은 공인구를 사용해 왔는데 비정상적 타고투저 현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올 시즌부터 공인구 반발력을 낮췄다. 그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KBO의 예측과 달리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올 시즌 현재까지 리그 평균 타율은 지난해보다 2푼 가량 하락했다. 아직 20홈런에 도달한 선수도 없을 정도로 야구의 꽃인 홈런 구경이 진기한 장면이 됐다. 염경엽 SK 감독은 “홈런이 너무 안 나와도 재미없다”고 말한다. 홈런이 줄었다고 멋진 투수전이 속출하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화끈한 타격전이 낫다는 팬들의 푸념이 나올 만도 하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또 다른 측면에서 질 저하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 위원은 “KIA 등 몇몇 팀들 주전 선수의 얼굴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바뀌었다”면서 “세대교체 과도기의 후유증으로 봐야 한다. KBO리그는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수준 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팬들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보고 싶은 스타플레이어는 못 보고, 수준 낮은 경기를 봐야 할 이유가 없다. 무리한 리빌딩은 프로 구단으로 상품성을 스스로 떨어뜨린 셈이다.

실망스러운 팬 서비스와 한번씩 터지는 그라운드 외에서의 사건 사고도 야구를 싸늘하게 바라보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20세 이하(U-20) 월드컵 축구의 돌풍과 류현진(LA 다저스)의 활약 등도 프로야구 인기를 떨어뜨린 외부 요소로 꼽힌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분석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KBO의 안일한 인식이 관중 감소를 더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KBO는 위기감이 감돌던 시즌 초반 “날씨가 좋아지면 관중이 늘 것”이라며 날씨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프로야구 관중은 한여름 직전 가장 관전하기 좋은 시기에 오히려 더 줄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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