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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철거민 트라우마 시달리다 도봉산서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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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철거민 트라우마 시달리다 도봉산서 극단적 선택

입력
2019.06.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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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재개발 지역 철거민 농성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관계자들이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해 옮기고 있다. 박서강 기자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재개발 지역 철거민 농성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관계자들이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해 옮기고 있다. 박서강 기자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망루 농성으로 수감생활을 한 40대 남성이 서울 도봉산 자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4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30분쯤 도봉구 도봉산 천축사 인근 숲에서 김모(49)씨가 나무에 목을 매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용산4구역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김씨는 2009년 재개발을 위한 강제철거를 앞두고 남일당 건물 망루 농성에 참여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로 4년형을 받았다. 3년 9개월간 복역하고 2012년 10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김씨는 출소 이후 잠을 잘 자지 못했고, 우울증 등 트라우마 증세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부고 및 추모 성명’을 통해 “출소 후 트라우마와 우울증에 시달린 김씨가 22일 저녁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잘못돼도 자책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규명되지 않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 그를 죽였다. 국가폭력이 그를 죽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국가차원의 독립된 진상조사기구를 통해 검찰 및 경찰의 부족한 진상규명을 추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용산참사는 철거민 32명이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 옥상에 세운 망루에서 2009년 1월 19일 벌어졌다.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지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31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철거민과 유족들에 대한 사과를 권고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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