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근로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 상당수 보육교사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 연차ㆍ육아휴직 거부, 과도한 초과근무, 원장의 갑질 등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24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9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5월14일부터 24일까지 10일간 도내 현직 보육교사 16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를 보면 중도 사직 또는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이유(중복응답)에 대해서 ‘개인사정(48.9%)’ 외에 ‘원장 등 관계 스트레스 또는 직장 내 괴롭힘’이 48.2%로 가장 많이 많았다. 이어 ‘낮은 임금(22.3%)’, ‘기타(14.4%)’,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10.1%)’ 등 순이다.
또 보육교사 응답자 중 47.3%는 4곳 이상의 어린이집에서 종사했고, 2~3곳에서 일한 경우는 38.3%, 1곳에서 일한 경우는 14.4%로 조사돼 이직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을 보면 응답자의 60.6%는 경력에 따른 호봉제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었고, 연차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5.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일요일과 노동절에 근무할 때 휴일수당을 지급 받은 경우는 46.5%로 집계됐고, 야간수당으로 시급 임금의 1.5배를 지급한 어린이집은 13.2%에 불과했다. 시간외 연장근로를 경험한 보육교수 중 연장근무수당을 제대로 받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11.2%에 그쳤다.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부당한 일을 당한 적이 있느냐(중복응답)’는 질문에는 ‘업무시간 외 노동(64%)’이 가장 많았고, 이어 ‘지나친 장시간 노동(44.7%)’, ‘인격적 무시(42.7%)’, ‘필요시에도 대체교사 미지원(41.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 제주평등보육노조에 접수된 불법ㆍ부당사례를 보면 △원장이 보육교사의 휴대폰을 몰래 본 후 노조 가입 사실을 확인하고 퇴사 종용(제주시 L원) △이름 대신 숫자로 보육교사를 부르고, 원아들에게도 따라 부르게 함(제주시 U원) △자녀의 병원 입원으로 연차 신청했지만 개인사정이라면 출근 지시(제주시 L원) △출산 후 육아휴직 신청했지만 거부(제주시 M원) △평가인증 준비로 평일 새벽 6시까지 근무한 후 오전 보육 바로 투입(서귀포 H원) △교재, 교구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아 교사 사비 지출(제주시 JㆍUㆍH원) 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그동안 어린이집 현장에 대한 아동학대 등은 이슈화가 많이 됐지만 한편으로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보육교사들의 인권과 처우에 대해서는 과연 들여다봤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 보육당국과 노동당국에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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