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열린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 사임 요구’ 시위에서 한 시민이 체코 국기를 흔들고 있다. 프라하=AP 연합뉴스

‘프라하의 트럼프’로 불리는 안드레이 바비스(65) 체코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수도 프라하에서 벌어진 시위에 무려 25만명이 참여해 부패 혐의를 받는 그를 향해 “즉각 퇴진하라”고 외친 것이다. 1989년 공산 정권 붕괴를 이끈 ‘벨벳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일요일이었던 이날 프라하 도심 레트나 공원에 모인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바비스 총리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가디언은 “연사들은 줄곧 바비스 총리를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불렀고, 시위대는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AFP통신은 체코 이동통신사 T모바일을 인용해 “25만 8,000명 이상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12만명이 모였던 지난 4일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 시위 이후, 19일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현직 총리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들끓고 있는 건 ‘부패 척결’을 외쳤던 바비스 총리가 오히려 ‘부패의 화신’으로 드러난 탓이다. 체코의 두 번째 부자이자 억만장자 기업인인 그는 출신 성분은 물론, 우파 포퓰리즘 성향마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해 ‘프라하의 트럼프’로 불리면서 2017년 말 총선을 통해 총리직을 꿰찼다. 그러나 바비스 총리 소유 기업이 유럽연합(EU)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지난해부터 진행된 체코 경찰과 EU 반부패감독청의 수사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지난 4월엔 경찰이 그의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까지 내렸다.

물론 그는 EU 당국의 감사결과에 ‘오류’가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을 해임하고 측근을 대신 임명하는 초강수를 펴기도 했다. 하지만 바비스 총리 퇴진 요구는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프라하 인근 노바베스의 마틴 엑스너 시장은 “벨벳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야권은 오는 26일 그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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