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투어 단식·복식서 같은날 우승컵… ‘빅4’ 부활 신호탄
노병은 죽지 않는다. 물론 사라지지도 않았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의 ‘빅4’의 로저 페더러(38ㆍ3위ㆍ스위스)와 앤디 머레이(32ㆍ영국ㆍ214위)가 각각 우승을 차지하며 여전한 실력을 증명했다. 통산 102승째를 거둔 페더러는 “다시 어려진 것 같다”며 기뻐했고, 엉덩이 부상 복귀 후 첫 대회만에 정상에 오른 머레이는 “강철 엉덩이로 이겼다”며 환호했다.
페더러는 23일(현지시간) 독일 할레에서 열린 ATP 투어 노벤티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다비드 고핀(29ㆍ벨기에ㆍ23위)을 2-0(7-6<7-2> 6-1)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조 윌프레드 송가(35ㆍ프랑스ㆍ70위)와 로베르토 바티스타 아굿(32ㆍ스페인ㆍ22위), 피에르 위그 에르베르(29ㆍ프랑스ㆍ38위)를 연파하고 결승에 오른 페더러는 다크호스 고핀마저 제압하고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이번 시즌 3승을 올린 선수는 페더러가 최초다. 승률도 88.9%(32승4패)로 압도적이다. 이번 우승으로 페더러(102승)는 지미 코너스의 통산 최다승(109승)에 7승 차이로 접근했다.
페더러는 경기 후 ATP와의 인터뷰에서 “내 나이쯤 되면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것을 언제나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며 “이번 주는 6일 동안 5개의 어려운 경기들을 모두 소화해냈고 우승까지 했다는 점에서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강조했다.
노벤티오픈에서만 2003~06년, 2008년, 2013~15년, 2017년, 2019년까지 10번 정상에 오른 페더러는 라파엘 나달(33ㆍ2위ㆍ스페인)에 이어 ATP 투어에서 두 번째로 단일 대회에서 10회 우승한 선수가 됐다.
머레이의 우승은 더 극적이었다. 머레이와 펠리시아노 로페즈(38ㆍ스페인ㆍ복식 57위)조는 23일 영국 런던 퀸즈클럽에서 열린 ATP 투어 피버-트리 챔피언십 남자 복식 결승에서 조 살리스베리(27ㆍ영국ㆍ복식 19위)와 라지브 램(35ㆍ미국ㆍ복식 25위)조를 2-1(7-6<8-6> 5-7 10-5)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고질적인 엉덩이 부상에 시달렸던 머레이는 비록 복식 경기였지만 5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머레이는 지난해 1월 이미 한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부상이 재발해 올해 1월 재수술을 받았다. 엉덩이에 철심을 박는 등 이대로 선수 생활을 마감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4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다시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영상을 올리며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머레이는 “테니스를 하면서 아프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다”며 “앞으로 단식 경기 도전에도 나설 것”이라고 기뻐했다. 머레이는 단식 복귀에 실패하더라도 복식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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