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으로 별거 중인 아내를 찾아가 수십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25년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부부의 딸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아버지의 심신미약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엄벌을 호소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고모(48)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고씨는 지난해 7월 인천 구월동 주택가 골목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아내 A(40)씨를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사건 발생 1년여 전 고씨에게 폭행당한 A씨는 세 딸과 함께 집을 나갔고, 이어 상습적 가정폭력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아내를 더 의심하게 된 고씨는 아내를 살해할 기회를 찾던 중 우연히 딸들을 발견하고 그 부근에서 기회를 노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은 큰딸의 생일이었다.
1심은 “범행수법이 무자비하고 잔혹하며, 자녀들이 받았을 충격과 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며 고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고씨는 정신병 치료 사실을 내세워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고통만큼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재판부도 정신병 치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질환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피해자 유족들의 피해 감정을 회복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며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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