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광역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이 다시 승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자 절차적 문제를 들어 선거를 무효 처리했지만 그때보다 야당 후보와 여당 후보 사이의 득표율 차는 더 벌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력에 타격이 갈 것으로 보인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탄불시장 재선거 결과, 개표가 99.4% 진행된 상황에서 야당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49) 전 베일리크뒤쥐 구청장이 54.03%를 득표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63) 전 총리는 45.09%를 얻어 이마모을루에게 9%포인트가량 뒤졌다. 앞서 3월 말 지방선거 때 득표율 차이 0.2%포인트보다 격차가 더 커졌다. 투표율은 84.42%로 집계됐다.
이을드름 전 총리는 패배를 인정했다. 이을드름 후보는 “현재까지 개표 결과를 보면 경쟁자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앞서고 있다”면서 “축하하고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개표 결과가 전해진 후 연설에서 “이스탄불이 터키 민주주의 전통을 수호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이 결과는 그냥 승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대통령과 조화롭게 일할 준비가 됐다”며 “가능한 한 빨리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비공식 결과로 볼 때 선거에서 이긴 이마모을루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스탄불은 터키 최대의 도시이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꼽힌다. 25년 전인 1994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면서 터키 정치의 중심부에 입성했으며, 그 이후 이스탄불 시장은 에르도안이 주도하는 정당이 독식해 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 무효’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를 주장한 이유로 분석되기도 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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