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실패 이어 후속조치도 부실, 해상경계 컨트롤타워 ‘구멍’
23사단, 해군 통해 뒤늦게 전달받아… 해경 “육군 통보 의무 아냐”
북한 목선이 해상ㆍ해안 경계를 뚫고 강원 삼척항까지 제지 받지 않고 도착한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해군과 해양경찰이 22일 오전 9시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북동방 114㎞ 지점 해상에서 우리 해역으로 넘어온 5톤급 북한 어선 1척을 합동으로 퇴거 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지나 강원 삼척항에 도달한 후에도 상황이 해당 지역 통합방위를 맡은 군 사단측에 전파되지 않아 해상경계 콘트롤타워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측의 최초 발견 보고가 통합방위 작전 책임을 맡은 육군 23사단에 즉각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해상ㆍ해안 경계작전 실패도 모자라 신속한 후속 조치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해 해상경계 통합방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목선이 15일 오전 6시50분쯤 삼척항에 정박한 사실이 현지 주민 신고로 발견된 후 육군 23사단 요원 1명은 오전 7시35분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양경찰이 목선을 예인해 동해항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대북 관련 상황 발생 시 해군과 해경을 지휘하는 통합방위작전을 맡은 23사단 측이 45분이나 늦게 도착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공개한 동해해양경찰서의 15일자 상황보고서 1보 발신 시간은 오전6시54분쯤이었다. 확인 결과, 해군 1함대 사령부는 오전7시쯤 1보를 전달 받았지만, 23사단은 뒤늦은 7시15분쯤 1함대 사령부로부터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통해 내용을 전달 받았다. 해경 상황센터는 오전7시9분쯤 청와대 국정상황실ㆍ국가위기관리선테와 총리실, 국가정보원, 통일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 해군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 등에 상황보고를 했지만, 정작 23사단 상황실은 수신처에 누락돼 있었다. 한 군 관계자는 “동해안에서 대북 상황이 발생하면 육군 23사단장이 해군ㆍ해경을 통합지휘하는 지역통합방위작전 매뉴얼이 구축돼 있고, 매뉴얼 숙달을 위해 해마다 화랑훈련을 시행하고 있다”며 “북한 목선이 최초 발견된 후 해경은 23사단에 즉각 알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경은 매뉴얼에 따라 움직여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관련 매뉴얼에 육군 통보는 의무사항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사건 계기로 경찰이든 해경이든 먼저 신고를 받은 기관에서 육군에 통보하도록 (매뉴얼) 개정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합동조사단(단장 이순택 감사관)은 이런 정황을 포착해 정확한 사실관계와 보고가 누락된 경위 등을 살펴보고 있다. 조사단은 해군 통보를 받은 후 23사단 요원이 방파제까지 출동하는데 지연 사유가 있었는지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 사령부에서 방파제까지 거리는 차량으로 5분여가량이고, 23사단 요원이 해군 통보를 받은 뒤 현장에 도착한 건 20분쯤 지나서다. 이밖에 조사 과정에서 북한 목선의 삼척항 진입 때 꺼져있던 열상감시장비(TOD)가 노후한 이유로 24시간 가동이 불가능한 해안경계작전의 문제점도 추가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목선 귀순 사건에서 해상ㆍ해안 경계작전 실패가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상황이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일부 언론에서 귀순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청와대 지시로 해경은 15일 오후 2시쯤 짧은 보도지침(PG)을 내보냈지만, 국방부 및 합참 등 군 당국에선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1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간략한 사실관계를 밝힌 뒤 기자실에서 익명 브리핑이 이어졌는데, 내용중 북한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점이나 엔진을 기동해 삼척항으로 입항했다는 내용이 빠졌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A행정관이 군 발표 내용과 기자들의 반응 등을 살피기 위해 기자실에 들어와 있었지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된 점을 알면서도 시정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국방부를 방치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사과까지 하게 된 셈이다. 한 군 소식통은 “90년대부터 도입해 사용연한이 넘은 노후화한 레이더와 야간만 감시가능한 TOD-2형, 병력 부족 등으로 북한 잠수함과 잠수정 등의 침투를 막아내기 버거운 게 현실”이라며 “경계작전 실패 책임을 묻는 것보다는, 경계작전 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사후 상황 관리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