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간 재벌 저격수 “이재용 등 대기업 총수 만날 것”
“경제 사령탑은 홍 부총리” 강조 불구 “靑에 힘 실려” 분석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재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 지명에 이어,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 ‘재벌 개혁’을 주도해온 김 실장의 청와대 입성으로 기업 규제가 보다 강화될 것이란 전망에 대한 답변이다. 일각에선 대기업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가 정책 총괄 역할을 맡은 만큼 재벌 개혁과 투자 유도라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김 실장은 내각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선 스스로 ‘병참기지 참모’가 돼 ‘야전사령관(부총리ㆍ장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장관 시절부터 현 정부 경제정책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해온 그가 청와대에 들어간 만큼 향후 경제정책에 있어 청와대 입김이 보다 강해질 거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김 실장은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로 일자리와 소득 증진을 꼽았다.
◇청와대로 간 ‘재벌 저격수’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 21일 공정위원장 이임식 후 가진 간담회에서 “공정위가 조사와 제재를 담당하는 기관이라 공정위원장으로서 이해관계자를 만나는데 제약이 있지만, 정책실장이 되면 재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의 청와대 행에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당사자의 요청이 있다면 대기업 총수는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만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제이(J)노믹스’ 설계의 한 축을 담당했고 정부 출범 후엔 2년 간 공정위원장을 맡아 3대 경제 기조 중 하나인 공정경제를 담당해왔다. 그런 그가 청와대에 가는 만큼, 개별 부처를 넘어 청와대 차원에서 재벌 개혁을 아우른 경제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예측이 적지 않다. 특히 금융 분야에 정통한 학자 출신인 김 실장 입장에선 공정위원장 재임 시절 금융위원회와의 업무분담 때문에 들여다볼 기회가 적었던 금융정책까지 조율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른 상황이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김 실장은 “왜 김상조가 정책실장이 되면 기업의 기를 꺾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공정경제는 혁신성장을 위한 예측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일이며, 정책실장이 돼서도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일하면서 기업에게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김 실장이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조한 점을 두고 김 실장이 공정위원장 시절 수행한 재벌개혁 과제를 그대로 이어가는 동시에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실장은 현 정부에서 기업이 원하는 것과 기업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사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각서 손발 맞춰온 홍-김 궁합은
정책적 색깔이 강한 김 실장의 청와대 행에도 과거 ‘김&장(김동연 부총리-장하성 정책실장)’의 갈등이 반복될 소지는 적다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 실장은 최근까지 내각에서 별다른 잡음 없이 손발을 맞춰온 사이인 데다가,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이 기재부 1차관 출신인 만큼 기재부와 청와대 간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실장 또한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는 홍남기 부총리이며, 정책실장의 역할은 병참기지 참모”라면서 후선에서 부처 정책 지원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원장 재임 중에도 각종 인터뷰, 토론회 등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정부 정책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김 실장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만큼 기재부보다 청와대에 정책적 무게감이 쏠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김 실장이 공정위원장으로 있을 때도 이번 정부의 ‘실세’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정책실장으로 가면서 청와대의 그립이 더 강해지면 홍 부총리의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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