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재즈 자네와타나논, 6언더파 우승… 45세 황인춘, 1타 차 2위 기염
“처음엔 이름을 전부 다 써드렸는데 너무 길어서 바꿨습니다.”
늘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재즈 자네와타나논(24ㆍ태국)은 그 이름처럼 사인도 높은음자리표다. 본명은 아티윗이지만 재즈(Jazz) 애호가였던 아버지가 후에 별명으로 부르던 것이 이름으로 굳어졌다. 그의 골프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으로 늘 재해석되는 재즈의 본질과 궤를 같이 한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다이제스트가 디딤발로 지면을 강하게 차며 클럽헤드 스피드를 높이는 그의 스윙 방식을 ‘현대적인 스윙의 전형’이라고 극찬할 정도다.
그런 자네와타나논이 아리야 쭈타누깐(24ㆍ태국)에서 시작된 태국발 골프 태풍의 바통을 남자 골프에서도 이어받을 기세다. 자네와타나논은 23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ㆍ7,328야드)에서 열린 대한골프협회(KGA)ㆍ아시안 투어 공동 주관 제62회 코오롱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마지막날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 트리플 보기 1개를 엮어 1오버파 72타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에 오른 백전노장 황인춘(45ㆍ디노보)이 마지막 홀까지 한 타 차 추격에 나섰지만 자네와타나논의 기세를 막을 수 없었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오픈 타이틀을 차지한 건 2011년 리키 파울러(31ㆍ미국)에 이어 8년 만이다. 태국 선수로는 2000년 통차이 자이디(50)에 이어 19년 만이다. 프로 통산 8승을 거둔 자네와타나논은 이번 우승으로 아시안 투어에서 4승을 거둔 최연소(23세 6개월 27일) 선수가 됐다. 이와 동시에 우승상금(3억원)을 추가하며 스콧 헨드(36ㆍ호주)를 제치고 시즌 상금 랭킹 1위에 올랐다.
현재 세계랭킹 62위 자네와타나논은 지난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이미 전세계 골프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대회 3일째 선두 브룩스 켑카(29ㆍ미국)에 7타 뒤진 5언더파 공동 2위에 오르며 PGA 투어와 및 현지 매체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최종합계 2오버파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대회 최고의 ‘깜짝 스타’가 됐다.
자네와타나논은 떡잎부터 다른 선수였다. 2010년 만 15살의 나이로 프로에 입문해 아시안 투어 최연소 선수 및 컷 통과 기록(14세71일)을 세운 ‘골프 천재’다. 아시안 투어 첫 우승이었던 2017년 방글라데시 오픈, 올해 1월 SMBC 싱가포르 오픈에 이어 한국오픈까지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만 3승을 거둔 강심장이다.
하지만 항상 탄탄대로만 걸어온 건 아니었다. 데뷔 7년째까지 투어 우승이 없어 2016년 겨울 태국의 한 절에서 머리를 밀고 2주 동안 수도승 생활을 했다. 자네와타나논은 이 때 침묵 속에서 매일 기도하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 2017년 첫 승을 거둔 발판이 됐다고 했다. 이후 2018년 유러피안 투어 카드도 Q스쿨 마지막홀에서 칩인 이글로 극적으로 따내는 멘탈도 강해졌다.
자네와타나논은 이날도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듯했다. 2번홀(파4)과 5번홀(파5), 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황인춘에 4타 차로 앞섰다. 하지만 11번홀(파4) 트리플 보기에 이어 14번홀(파5)에서 스리 퍼트로 보기를 범하며 한 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17번홀(파4) 보기 위기에서 롱퍼트를 성공시키며 파로 막았고 18번홀(파5)에서도 세 번째 샷을 홀 1m 가까이에 붙이며 파로 막아 끝까지 우승을 지켜냈다.
한편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 황인춘과 3언더파 공동 4위를 기록한 장동규(31)는 이번 대회에 걸려 있던 디오픈 출전권 2장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장동규는 자네와타나논과 3위 김찬(29)이 이미 출전권 보유자인 데다, 동률을 기록했던 김민준(29)보다 세계랭킹(359위)에서 앞서며 행운의 디오픈 출전권을 따냈다.
천안=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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