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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이 중요한 트럼프, 이란 대치에도 “서두르지 않는다(No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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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이 중요한 트럼프, 이란 대치에도 “서두르지 않는다(No rush)”

입력
2019.06.23 17:43
수정
2019.06.23 22:5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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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메릴랜드 캠프데이빗으로 이동하기 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메릴랜드 캠프데이빗으로 이동하기 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주 이란 공습을 승인했다가 철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속도조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군사 옵션 대신 제재를 기반으로 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면서 “서두르지 않겠다(No rush)”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본인의 재선 가도를 어그러뜨리지 않는 것은 물론, 현재 외교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어가지 않을 경우 자국 내 여론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이란의 강경한 태도는 분명해 지고 있어 뜨거워 지고 있는 양국 간 긴장 국면은 쉽게 식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월요일(24일) 이란에 추가 제재를 부과하겠다”며 “이란이 제재에서 벗어나 다시 생산적이고 번영하는 국가가 되는 날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대응책 논의를 위해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서도 “그들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이란이 동의한다면) 나는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겠다”고 했다. 군사 대치에서 경제제재로 방향을 선회하고 긴장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그는 전날 이란에 대한 공격을 취소했다는 내용의 트윗에서 “나는 급할 것이 없다(I am in no hurry)”고 강조한 데 이어 이날 백악관에선 “내 느낌으로는 우리에게 시간이 많다”고 했다.

이 같은 속도조절은 이란과의 군사 대치가 본인의 재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을 승인했다가 갑작스럽게 철회한 것이 “이란과 전쟁을 한다면 재선 기회에 작별 키스를 하게 될 것”이라는 폭스뉴스 앵커 터커 칼슨의 경고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지난 대선부터 해외 현안에 대한 개입을 줄이겠다고 공언해왔던 만큼 굳이 기존 입장을 바꿔가며 위험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여론 관리를 위한 ‘노 러시(No rush)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행정부 내 강경파 관리와 온건파 관리에 대한 평가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시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 사람이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이었다며 “그는 훌륭한 신사이자 장군”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선 “그의 중동에 대한 태도에 아주 반대했고 내가 옳았다는 게 입증됐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 등 행정부 내 매파가 보복 공격을 주장했고, 던포드 의장이 150명이 사망할 것이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데 따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공격 취소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측근들과의 대화에서 볼턴 보좌관 등을 향해 “이 사람들은 우리를 전쟁으로 몰아가기를 원한다. 정말 역겹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전했다.

하지만 제재를 동반한 인내 전략이 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란 핵 협상에 관여했던 유럽의 한 관계자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송유관을 잠그고 원유 판매 수입을 제로로 만들면 이란인들이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 역시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란인들이 (핵을) 포기할까, 아니면 더 공격적으로 나올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그들이 더욱 공격적인 행동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란의 미국에 대한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날 트위터에 격추된 미군 무인정찰기 항적을 공개했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3일에는 ‘5월26일 미군 무인기(MQ-9) 항적도’를 추가로 공개해 지난 달에도 미군 정찰기의 이란 영공 침범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리프 장관은 “(미국의 영공 침범에 대한) 더 많은 증거는 ‘B-팀’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의 덫에 가두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B-팀이란 대(對)이란 강경정책을 주도하는 볼턴 보좌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의 이름 앞 글자(B)를 딴 표현이다. 이란군 참모본부 대변인인 아볼파즐 시카르치 준장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협에는 위협으로’ 대응 원칙을 밝히며 “만약 적이 우리에게 총알 한 발을 쏠 경우 (적은) 10발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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