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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 시타델ㆍ메릴린치의 초단타매매와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제재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거래소는 이들에게 소명 기회를 한 차례 더 주기로 하고 최종 결론을 유보한 상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국내에서 일어난 유사한 초단타매매 행위에 법원이 시장 교란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을 들어, 제재 결정을 더 미룰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17년 6월 개인투자자 A씨에게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적용해 6,9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씨와 함께 거래에 참여한 동생 B씨에게는 같은 혐의로 4,500만원의 과징금 부과가 의결됐다. 이들은 앞선 2016년 9~10월 사이 두 회사의 주식 88만254주를 매수하고 89만9,549주를 매도하면서, 1~10주 단위로 고가 매수 주문을 수백차례 반복해 냈다가 적발됐다.

증선위의 이 같은 판단은 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정됐다. A씨 형제가 금융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와 B씨의 거래 행위가 시장질서 교란 행위가 맞다고 봤다. 이들의 거래가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 제출하거나 호가 제출 후 해당 호가를 반복 정정ㆍ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자본시장법 178조의2는)’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시타델 메릴린치증권 초단타 매매사건 - 송정근기자

업계에서는 시타델과 메릴린치증권의 시장질서교란 혐의에 이 판결이 유력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시타델증권은 메릴린치증권 창구를 통해 지난해 3~11월 사이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 수백 개 종목을 대상으로 많게는 1,000억원 가량을 거래했다. 이들은 이 기간동안 총 수십 조원 규모의 주식을 사고 판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메릴린치의 지난해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84조1,800억원으로 2017년(43조7,800억원)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타델ㆍ메릴린치증권의 초단타매매 규모가 훨씬 클 뿐, A씨 형제의 초단타 거래와 구조가 흡사하다”며 “코스피 시장과 비교해 거래량이 적은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이 마구 거래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시타델과 메릴린치증권의 초단타 매매를 놓고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를 적용해 제재할지 여부를 장기간 논의 중이다. 앞서 19일 시장감시위원회를 열어 메릴린치에 대해 제재금 부과 또는 주의ㆍ경고 등 회원사 제재 조치를 논의했다가 소명 기회를 한 차례 더 주기로 하고 일단 최종 결론을 유보한 상태다. 거래소는 빨라도 7월에야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라는 특성상, 증권사의 협조 여부에 따라 조사범위가 한정되는 한계는 있지만 두 증권사는 한국거래소 회원사로서 제재할 법적 명분은 충분하다”며 “유사한 사례에서 금융위와 법원이 모두 같은 판단을 내린 전례가 있는 만큼 거래소가 더 이상 결론을 미룰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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