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일수록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론 수면 시간이 과도하게 긴 경우도 우울감에 의한 신호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국청소년연구 최근호에 실린 ‘청소년의 자기감과 수면 상태가 자살 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평소 수면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에 비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경향이 4%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실제 수면시간과 상관없이 수면에 대한 주관적 만족감이 극단적 생각 여부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는 ‘2016년 제12차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5만7,580명의 설문결과를 분석한 결과다.
또 하루에 9시간 이상 잠을 자는 청소년은 6시간도 못 자는 청소년에 비해 자살에 대한 생각을 4.6% 더 많이 하는 경향을 보였다. 수면 부족이 부정적 생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통념이지만, 과도한 수면 역시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반면 청소년 권장 수면시간인 7~9시간과 비슷하게 6~9시간정도의 수면을 취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자살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감도 자살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행복감을 느끼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자살에 대한 생각을 2.4%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청소년의 행복감이 증가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할 경향이 38.6%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한편 자신의 체형을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할 가능성이 4.3% 높았다.
연구진은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청소년이 평일 9시간 이상 잔다는 것은 오히려 신체 건강의 이상이나 무기력, 우울 등 불안한 심리 상태의 신호일 수도 있다”며 “건강한 수면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사회 공동체적 관심이 청소년의 자살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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