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배구 선수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피스컵’ 국제배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남북 체육 선수들이 자카르타에서 함께 한 건 약 1년만이다.
인도네시아국가체육위원회(KONI)는 22일 오후 7시(현지시간) 자카르타 도심 술탄호텔에서 대회 개막식을 열었다. 참가국은 남한과 북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4개국이다. 파나낭 KONI 사무총장은 “특히 남북 양국이 이번 대회를 통해 평화와 협력을 증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회를 함께 주최한 경기도의 이화영 평화부지사는 축사를 통해 “단순한 체육대회를 넘어 한반도 프로세스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고 남북이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라며 “선수들이 맘껏 즐기고 한반도 평화가 아시아의 평화로, 세계의 평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누그로호 KONI 부위원장이 김창범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와 림재성 북한선수단 단장 등과 함께 단상에 올라 대회 개막을 알리는 징을 울렸다. 개막식 뒤에는 축하 공연과 4개국 선수단이 함께하는 뷔페 만찬이 이어졌다. 북한 선수들은 기자의 질문에 “좋습니다” “만족합니다”라고 짧게 답했고, 먼저 음식을 접시에 담은 뒤 숟가락을 건네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의 활약을 지켜본 KONI가 추진했다. 토노 KONI 위원장은 지난 1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멀리 떨어진 남과 북이 다시 가까워지는 바람을 담았다”라며 “농구 야구 양궁 수영 등 다른 종목도 남북이 함께하는 대회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KONI는 대회 폐막식에서 2회 배구 대회를 10월 평양에서 개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경기는 23~25일 3일간 자카르타의 스포츠 퍼르타미나(Sports Pertamina) 경기장에서 하루 3차례 치러진다. 남북은 24일(남성)과 25일(여성) 오전 11시 격돌한다. 남한에선 수원시청과 화성시청 선수단이, 북한에선 425체육단 선수들이 출전한다. 우승팀에겐 ‘제1회 아시안피스컵’ 트로피가 수여된다. 남북 선수단은 26일 밤 출국한다.
전날 밤 늦게 인도네시아에 입국한 남북 선수단은 이날 오후 2시간가량 스포츠 퍼르타미나에서 잇따라 연습했다. 남북 선수단은 대회 기간 같은 호텔에 묵는다. KONI 소속 특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응식 한국체육국제특사와 유완영 북한체육국제특사가 이번 대회 개최에 힘을 보탰다.
자카르타=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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