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찾아 음식도 만들고 놀아도 주고
멤버끼리 친해져 결혼한 커플도 4쌍이나
“작은 것부터 시작해 봉사의 기쁨 누려보길”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 이러한 의문을 명쾌하게 이해시켜주는 동호회가 있다. 바로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는 봉사 동호회 ‘심심하니’다. 취미가 봉사인 이들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에 위치한 보육원인 ‘하희의 집’에 방문한다. 2015년부터 4년째다.
셋째 주 토요일이던 지난달 18일 봉사 동호회 ‘심심하니’는 어김없이 ‘하희의 집’을 방문했다. 보육원에서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자 가장 중요한 미션은 아이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심심하니를 이끄는 이민규(35) 모임장은 “모임 전 운영진 회의를 통해 어떤 음식을 만들어줄지 메뉴를 우선 정한다”며 “전날인 금요일에는 운영진 3명 정도가 모여 미리 장을 봐둔다”고 말했다.
항상 모이는 시각인 아침 10시가 되자 15명이 ‘하희의 집’ 앞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이 보육원에서 첫 번째로 할 일은 보육원 선생님들을 도와 아이들과의 조회를 진행하는 것이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있는 이곳 ‘하희의 집’의 주말 아침은 그렇게 심심하니 멤버들과 반가운 아침 인사와 조회로 시작된다. 30분 정도의 조회가 끝나고 10시30분이 되자 멤버들은 저마다 음식 준비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의 메뉴는 스파게티와 과일이다. 메뉴 선정에 대해 이 모임장은 “최대한 다양한 메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주로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걸 해주는 편”이라며 ‘먹고 싶어 게시판’을 설명했다. ‘먹고 싶어 게시판’은 원래는 알림 및 공지사항 게시 용도로 설치된 게시판이었다. 그러나 게시판 한쪽에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적기 시작했고 그러면 아이들의 의견을 따라 메뉴를 선정했다. 그 중에서도 여자아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스파게티가 지난달의 메뉴로 선정됐다.
음식은 주로 이금미(32) 씨의 지휘 아래 진행된다. 평소에도 요리하는 것이 취미인 그녀의 지시에 멤버들은 저마다 일사불란 하게 재료를 손질한다. 밥 짓는 일부터 스파게티 면을 삶고 토핑을 요리하는 일까지 15명의 멤버들이 힘을 합쳐 요리하다 보면 자연스레 친목도 쌓을 수 있다. 이 모임장은 “같이 봉사도 하고 요리도 하면서 친목을 쌓다 보니 멤버들끼리는 어느 친목 동아리 못지않게 친하다”며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까지 간 커플이 무려 4쌍이나 있다”고 전했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 시간이 끝나고 나면 멤버들은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하희의 집’의 부족한 일손을 돕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성별, 연령에 따라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법도 제각각 다르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뛰어 노는 것보단 공기, 그림 그리기 등의 놀이를 좋아하는 편이며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공놀이, 레슬링 등의 놀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연령에 따라서도 다르다. 멤버들은 중학생 이상의 아이들을 대할 때는 주로 이성 친구 상담이나 학교생활, 미래 이야기 등을 주로 나누는 편이다.
아이들과 짧게는 3달에서 길게는 4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심심하니 멤버들은 누구나 ‘인기쟁이’다. 그 중에서도 ‘얼큰이’ 선생님으로 불리는 이 모임장은 특히나 인기 만점 선생님이다. 그는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해 “지금은 이렇게 아이들과 정도 많이 들고 친해졌지만 처음에는 아이들과 서먹한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이 되자 선생님들은 울먹거리는 아이들에게 6월의 만남을 기약하며 ‘하희의 집’을 나왔다. 이날이 세 번째 보육원 방문이라는 백하늘(25) 씨는 “처음에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다 같이 요리해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해줬을 때,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봤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뭔가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게 보여주기식 봉사를 하게 되면 스스로 재미도 느낄 수 없고 당연히 지속하기도 어렵다”며 “봉사활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뿌듯함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작은 봉사부터 시작해 볼 것”을 조언했다.
주로 30대 직장인들이 모인 심심하니는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글∙사진 안서진(단국대) 인턴기자 pangy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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