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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핫플레이스] 카페 그 이상의 공간, 백현동 ‘루프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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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핫플레이스] 카페 그 이상의 공간, 백현동 ‘루프엑스’

입력
2019.06.2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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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루프엑스’의 블랙박스 시어터

고정메뉴 없이 취향 밝히면 직원이 추천

저녁에는 공연장으로 바뀌는 이색 체험

루프엑스의 입구에는 간판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루프엑스의 입구에는 간판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2000년 카페 붐이 시작된 이후 현재 카페 시장은 포화 상태나 다름없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총 8만여곳이다. 지도상에 카페가 위치한 곳을 점 찍으면 서울 지도가 완성된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카페라는 공간은 이제 소비자들의 일상과 가깝다.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만남, 독서, 공부 등의 장을 제공하는 열린 공간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카페 업종의 과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래서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친다.

젊은층에서는 ‘핫플레이스’에 찾아가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런 문화에 맞춰 인테리어에 집중하는 등 손님에게 하나의 체험을 제공하는 카페가 늘고 있다.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다.

판교에서도 일반적인 카페 그 이상의 체험을 선사하는 공간을 찾아볼 수 있다. 판교 백현동에 위치한 ‘루프엑스’는 극단 ‘루프엑스’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작은 블랙박스 시어터를 중심으로 바와 카페의 기능을 함께 가진 공간이다. 블랙박스 시어터란 텅 빈 공간으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자유로운 가변형 공연장이다. 커피와 술을 안주 삼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루프엑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픈 시간은 오후 네시다. 4시30분에 도착했으나 최근 새 공간을 준비하느라 운영시간을 연중무휴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로 변경했다고 한다. 가게 앞에서 창 너머로 매장을 구경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루프엑스의 입구엔 눈길을 끌기 위한 흔한 간판 조차 없다. 입구측 벽면에는 종이로 인쇄된 상호명과 장소에 대한 간단한 설명 뿐이다.

루프엑스 건물 현관을 들어가면 나타나는 입구.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루프엑스 건물 현관을 들어가면 나타나는 입구.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창 너머로 보이는 낡은 테이블 위에는 조명, 메마른 나뭇가지,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인쇄물이 올라가 있었다. 보통의 카페 주변에서 마주칠 수 있는 눈길을 잡아 끄는 입간판이나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를 찾아볼 수 없었다. 궁금증을 유발해 더욱 들어가고 싶어졌다.

루프엑스는 낮에는 불규칙적으로 배치된 좌석과 붉은 조명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테라스는 넓찍히 열려있다.
루프엑스는 낮에는 불규칙적으로 배치된 좌석과 붉은 조명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테라스는 넓찍히 열려있다.

기다림 끝에 입장한 루프엑스는 신비로웠다. 새빨간 조명이 매장 중앙을 붉게 물들였으며 매장 전체에 은은한 향 냄새가 가득했다. 주변부의 경우 조명이 적고 커튼을 통해 채광을 조절해 부담스럽지 않았다.

테라스가 탁 트이고 커튼으로 햇살을 가려 바람이 잘 통했다. 내부는 냉방이 필요 없을 만큼 시원했다. 벽면과 천장은 콘크리트 노출공법으로 꾸며졌다.

불규칙적으로 배치된 책걸상과 이곳 저곳에 배치된 소품들은 자유로운 인상을 줬다. 또 매장 곳곳에 붙어있는 자체 제작 포스터를 구경하는 맛도 있었다.

루프엑스 내부의 조형물
루프엑스 내부의 조형물

루프엑스의 내부에는 특이한 조형물들이 즐비했다. 루프엑스의 상징인 듯한 고깔과 거울 그리고 몇몇 조명들이 바닥에 설치되어 있었다. 노란 조명과 매장의 붉은 조명이 합쳐져 마치 한편의 설치예술을 감상하는 듯 했다.

루프엑스의 특이한 점은 준비된 메뉴판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취향을 직원에게 밝히면 메뉴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시중에서 흔히 접해보지 못했을 다양한 맥주 종류와 매번 바뀌는 안주가 준비돼 있다. 일상에서 접하던 것 말고 새로운 메뉴를 개척해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루프엑스의 아메리카노. 대나무 빨대가 나온다.
루프엑스의 아메리카노. 대나무 빨대가 나온다.

루프엑스의 메뉴는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6,000원이다. 그러나 커피 하나에도 엄청난 고민이 들어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카페의 인테리어와 아주 잘 어울리는 빈티지한 구리잔에 대나무 빨대가 꽂혀 나왔다. 대나무 빨대로 커피를 마시는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저녁의 루프엑스 공연 모습. 루프엑스 제공
저녁의 루프엑스 공연 모습. 루프엑스 제공

밤이 되자 루프엑스는 조명이 바뀌며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모했다. 중앙의 붉은 전등이 루프엑스 내부를 물들였고 벽면의 작고 노란 조명이 그에 합세했다. 또한 대중음악이 아닌 연주곡과 재즈가 흘러나오며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술잔이 비었지만 분위기를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연인과 함께 방문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재 루프엑스에서 공연은 준비 중에 있어 관람할 수 없지만 루프엑스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매주 다른 요소로 테스트해서 완성해가는 루프엑스의 주요 공연인 ‘black_under’,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캐릭터와 제품을 쇼의 요소로 재구성하는 ‘fashion theatre series’, 파티시에 브랜드와 함께 차 마시는 공간과 맛을 극장화하는 ‘tea time break’ 등이 있다. 직원 김 모씨는 “오는 22일 새로운 공연으로 찾아 뵙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권경연(단국대) 인턴기자 pangy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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