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독수리’를 잡는 덱 맥과이어(30)가 있었다면 한화엔 ‘사자 킬러’ 김범수(24)가 있었다.
김범수는 22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안타 4개와 볼넷 1개만 내주고 무실점 호투를 했다. 8이닝은 개인 최다 이닝이다. 앞선 6월 세 차례 등판에서 4사구를 13개나 남발했지만 이날은 영점 잡힌 투구로 개인 첫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작성했다. 최고 시속 151㎞의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섞어 총 104개를 던져 6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올해 중간 투수로 시작한 김범수는 시즌 중 선발로 전환하면서 삼성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 4월19일 삼성을 상대로 시즌 첫 선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승패는 없었지만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보인 한판이었다.
하지만 이후 제구 불안 탓에 들쭉날쭉했던 김범수는 입지가 흔들릴 수 있었지만 이날 삼성을 다시 만나 어깨를 활짝 폈다. 1회와 2회 선두 타자를 내보냈으나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고, 3~5회를 9타자만 상대하며 깔끔하게 막았다. 또 6회부터 8회까지도 큰 위기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팀 타선은 0-0으로 맞선 6회말 제러드 호잉의 선제 3점포와 7회말 대타 김태균의 1타점 2루타, 상대 실책으로 1점을 더 보태 승기를 잡았다. 김범수가 내려간 뒤 마무리 정우람이 올라 9회를 책임지며 한화는 5-0 영봉승을 거뒀다. 김범수는 시즌 3승(5패)째를 수확했다. 삼성전 성적은 13이닝 1실점이다.
한화는 올해 맥과이어한테 노히트노런을 허락하는 등 3승을 헌납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에 대적할만한 김범수의 등장으로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경기 후 “김범수가 선발 투수로 최고의 피칭을 했다”고 칭찬했다.
김범수는 “5이닝만 볼넷 없이 최소 실점으로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한 이닝, 한 이닝 집중했는데 결과가 더 좋아 기쁘다”면서 “처음 던져본 백도어 슬라이더가 잘 들어간 게 많은 이닝을 던지는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완봉 욕심은 전혀 없었다”며 “팀 승리에 도움 된 것에 만족하고 앞으로도 오늘 같은 투구를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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