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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단지 3명 자살” “대구3공단 연쇄자살” 괴담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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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단지 3명 자살” “대구3공단 연쇄자살” 괴담의 진실은?

입력
2019.06.22 10:00
수정
2019.06.22 10:19
0 0

전부 오인 내지 헛소문… 경제난에 상대적박탈감 때문인 듯

"11명 연쇄자살" 괴담이 나돌고 있는 대구 북구 3공단 전경.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11명 연쇄자살" 괴담이 나돌고 있는 대구 북구 3공단 전경.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1 “대구 서구청 뒤편 재건축지구에 한 달 동안 3명이 자살했다고 하더라. 이 때문에 최근 공사가 중단됐다. 그런데 언론에는 한 줄도 안 나온다. 이게 나라냐.”

#2 “대구 3공단에 11명이 자살했다더라. 사업이 힘들다고 하던 사장이 연락이 안 돼 사무실에 가 보니 목을 매달았다더라.”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입소문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괴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가짜뉴스다. 헛소문이다. 그냥 누가 푸념한 게 돌고 돌면서 자살설로 비화했고, 그 숫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난이 올들어 급전직하하면서 술자리 안주삼아 나온 말이 그럴듯하게 여겨지고 진실처럼 회자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구, 장소ㆍ시점ㆍ이유 모두 사실과 달라

서구 재건축단지 3명 자살설은 올 초부터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건물주 2명, 세입자 1명 모두 3명이라고 소문이 좀 더 구체화했다. 한데 최근에도 시제를 달리해 계속 번지고 있다. 6월 들어선 “5월 한 달 동안 3명이 자살했다. 이 때문에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고 유족과 합의 중이다”고 진화했다.

이 중에 사실은 공사가 중단된 것밖에 없다. 이마저도 본 공사가 아닌 철거작업이 일시 중단됐을 따름이다. 중단 이유는 자살과 전혀 상관없다. 일단 이 재건축단지에서 자살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대구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소와 이유가 재건축단지와 상관없다. 3명 모두 80대 고령이고, 단순히 신병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사중단은 아직 일부 주민이 이주를 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주택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데 바로 옆집을 철거함에 따라 소음 진동 먼지 등으로 고통이 심하다는 민원이 심했기 때문이다. 시공사 측은 일단 남은 주민이 모두 이주하고 나면 나머지 철거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대구 3공단 연쇄자살설은 어처구니없는 수준이다. 올 초부터 번지기 시작한 소문의 내용은 이렇다.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체 대표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5명, 7명으로 늘더니 급기야 11명설이 유포됐다. 상식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체 대표가 11명이나 자살했다면 나라가 뒤집힐 일이다.

소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럴 듯해졌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때문에 애를 먹던 사장이 납품업체로부터 6개월짜리 어음을 받았는데 10억이나 부도가 났다. 살던 집을 은행에 담보를 넣고 사채까지 끌어서 공장을 돌리다 10억이 터지니 방법이 없었다. 연휴가 끝난 뒤 직원들이 출근해보니 사장실 문이 잠겨 있었고, 목을 매달았다고 하더라”는 식이다.

대구 3공단은 공식 산업단지는 아니지만 대구 산업화의 모태로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정부ㆍ지자체가 정식으로 산업단지로 개발한 것은 아니다. 공업지역에 자연발생적으로 공장이 들어서 하나의 거대한 단지를 형성한 곳이다. 과거에는 섬유기계관련 업체 등이 많았고, 지금도 기계 도금 절단 절곡 안경 등 자동차부품이나 섬유업 관련 지원산업 업체가 많은 편이다.

올들어 설 이후부터 나돌기 시작한 괴담은 최근까지 일각에선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곤 했다. 이 때문에 북부경찰서에는 사실여부를 묻는 시민과 언론의 확인전화가 쇄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 같은 괴담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 사망사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발생장소나 이유가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는데 대해 3공단에서 25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는 한 기업체 대표는 “소문은 들었는데, 정말 어이가 없다. 사실 외환위기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은 많지만, 10명이 넘는 사람이 어떻게 됐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라며 “잇따른 법정관리에다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이 많다보니 이런 말이 나오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 한 명이 경영난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여기에 말을 붙여 돌고 돌면서 연쇄자살설로 비화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구 성서공단 1ㆍ4분기 가동률은 69.53%로 글로벌금융위기 후폭풍이 한창이던 2009년 2분기(69.9%) 이후 처음으로 70% 벽이 무너졌다. 미ㆍ중 무역갈등에다 최저임금 여파 등으로 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업체의 경영실적이 급전직하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면 경찰이나 지자체, 정치권이 가만 있겠냐”며 “아니라고 해도 자꾸 같은 말이 나오니 우리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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