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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신호탄’ 한보그룹 정태수 4남, 21년 만에 두바이서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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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신호탄’ 한보그룹 정태수 4남, 21년 만에 두바이서 검거

입력
2019.06.21 22:56
수정
2019.06.22 00: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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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당시 한보그룹 부회장 역임… 회삿돈 323억 빼돌린 혐의

한보그룹 정한근(맨 오른쪽) 부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보그룹 정한근(맨 오른쪽) 부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회삿돈 323억원을 빼돌린 정한근(54) 전 한보그룹 부회장이 두바이에서 최근 붙잡혔다. 해외로 도피한 지 21년 만이다. 정 전 부회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4남이다. 1997년 1월 재계 14위인 한보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보철강 부도를 신호탄으로 재계 26위 삼미, 재계 8위 기아그룹 등이 줄줄이 무너졌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7년 11월 21일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정 전 부회장이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검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부회장은 IMF 외환위기 직전 경영 전반에 관여해 비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1998년 한보철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해 21년간 해외도피 생활을 해왔다. 종적을 감출 당시 국세 294억원을 체납한 상태였다.

정 전 부회장은 1997년 11월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 이사를 지내며 회사 임직원들과 공모해 이 회사의 주식투자 매각 대금 중 약 323억원을 스위스의 한 은행 차명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한보그룹 부도 이후 동아시아가스가 채무 변제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해 돈을 미리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한 신병 확보가 어려워지자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및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직원들을 두바이에 파견해 정 전 부회장을 송환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국내 송환이 이뤄질 경우, 10년 넘게 미뤄진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정 전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건국 이후 최대 금융비리 사건으로 꼽히는 ‘한보 사태’의 주역이다. 1997년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5조7,000여억원에 달하는 부실 대출이 드러났다. 부실 대출 과정에서 정태수 회장이 정치계와 금융계에 막대한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조사가 열렸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자신이 설립한 강릉영동대학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법원 재판을 받던 중 해외로 도피해 지금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상태다. 정 전 회장 또한 국세 체납액이 2225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이 생존해 있을 경우, 96세의 고령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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