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집안이 홈런 경쟁으로 시끄럽다. 최정(32)이 한 방을 치면, 제이미 로맥(34)도 곧바로 따라 친다.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홈런을 펑펑 터뜨리자 경기도 쉽게 풀린다. 굳이 집안의 책임자인 감독이 극에 달한 집안 싸움을 말리지 않고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지켜보는 이유다. 로맥 역시 “선의의 경쟁은 팀에도 좋은 요소”라며 최정과의 홈런 레이스를 즐겼다.
최정과 로맥은 21일 인천 두산전에서 나란히 대포를 가동했다. 먼저 손맛을 본 건 최정이다. 한동민의 선제 솔로포로 1-0 리드를 잡은 1회말 1사 후 상대 좌완 선발 유희관의 8구째 시속 129㎞ 직구를 받아 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지난 12일 KT전 이후 8경기 만에 16호포를 터뜨려 로맥을 밀어내고 홈런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단독 1위 자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계속된 공격에서 2사 후 로맥이 3구째 시속 127㎞ 직구를 힘껏 잡아 당겨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11일 KT전 이후 9경기 만에 마찬가지로 16호 홈런을 신고하며 최정과 공동 선두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1회말에만 솔로 홈런이 세 방 터진 덕분에 SK는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에서 초반 분위기를 잡았다. 3점 리드를 안고 공을 뿌린 SK 선발 헨리 소사는 7회까지 안타 3개와 볼넷 1개만 주고 7개의 삼진을 곁들여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4-0으로 앞선 8회초에 SK는 두 번째 투수 김태훈이 1점을 줬지만 8회말 공격에서 4사구 7개와 안타 6개를 묶어 무려 10점을 뽑아 쐐기를 박았다. 두산 투수진은 8회말 2사 만루에서 박정준과 박치국이 4타자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4연승을 달린 2위 두산에 1경기 차로 쫓겼던 선두 SK는 14-1 완승으로 격차를 2경기로 벌렸다. 시즌 성적은 49승1무25패. 반면 두산은 시즌 28패(48승)째를 떠안았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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