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첫 브리핑 이어 또 참석
잘못된 발표 지켜 보고도 방치
강원 삼척항에서 북한 목선이 발견된 지 이틀 뒤(17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진행된 익명 브리핑 현장에 참석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19일 두 번째 열렸던 익명 브리핑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측은 여론의 흐름을 살피기 위한 것이었을 뿐 사실관계 축소ㆍ은폐에 청와대와 국방부가 사전 조율에 나선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브리핑에서 발표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지켜보고도 바로잡지 않은 셈이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21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역 해군 대령급인 청와대 A(45) 행정관은 19일 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 고위 관계자 등이 참석한 북한 어선 관련 익명 브리핑 현장에 참석했다. A 행정관은 앞서 17일 열렸던 익명 브리핑 현장에도 참석했다. 현역 군인 신분인 A 행정관은 국방부 측에 출입조치를 신청해 기자실까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A 행정관이 국방부 기자실 내에서 제한된 인원만 참석한 채 보안을 유지하며 진행하는 익명 브리핑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또 브리핑을 진행한 국방부ㆍ합동참모본부 고위 관계자들은 A 행정관 참석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가 군 대응과 이에 대한 기자들 반응을 살피러 A 행정관을 보낸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국방부 익명 브리핑에 참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중대 상황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A 행정관은 지난해 12월 불거진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 및 레이더 조사(照射ㆍ비추어 쏨) 갈등’이 한창이던 올 1월 16일에도 익명 브리핑에 참석해 내용을 파악했다면서 브리핑 참석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언론 보도 상황과 여론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또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행정관과 국방부의 협의나 사전 조율은 전혀 없었다”며 청와대가 국방부 브리핑 내용을 축소하거나 사전 조율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군 당국의 브리핑 내용 중에는 북한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점이나, 엔진을 기동해 삼척항으로 입항했다는 내용이 빠져 있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전날 ‘경계 실패’를 자인하고 대국민사과를 할 수준이었지만, 청와대는 국방부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것을 알면서도 시정하지 않고 방치한 셈이 됐다.
윤 수석은 “국방부 발표문이 어떻게 나가는지에 대해 대략 알고 있었지만 (브리핑을) 이렇게 하라 말라 등의 간섭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17일 첫 브리핑 당시 군 당국이 국가안보실과 상의했고, 안보실이 브리핑 방향을 군에 지시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민감한 사안일수록 청와대가 군의 보도지침(PGㆍPress Guideline)에 일일이 간섭하고 수정까지 한다”고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
윤 수석은 다만 ‘국방부의 발표문을 청와대 안보실에서 사전에 알았다면 안보실 차원에서도 이런 발표문이 나간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 ’안보실도 조사나 점검의 대상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선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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