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집회에서 조합원들의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김 위원장은 “정부가 민주노총에 대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불참과 정부의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개정 추진 등으로 멀어져 온 노정관계가 더 악화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가량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법원에 출석하기 전 1시간 정도 미리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 위원장은 “언론 기능을 상실한 극우언론, 정당 기능을 상실한 극우정당이 벌이는 민주노총 마녀사냥에 정부가 나섰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마침내 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명백히 정부의 정책 의지”면서 “노동존중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문제 해결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권이 무능과 무책임으로 정책 의지를 상실하고선 (민주노총을) 불러내 폭행하는 방식의 역대 정권 전통에 따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전날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현 정부의 노동탄압을 규탄하며 노정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대응 기조를 확정하고 이달 말과 7월 초에 총파업 등을 계획했다.
민주노총이 정부에 강한 대응을 예고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더라도 노정관계의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노조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자체를 ‘노동탄압’으로 보고 있어 이미 노정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한국노총 역시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장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내년 최저임금 논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들어 정부와 여당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기조로 돌아서자 반발했던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현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강하게 고수할 수 있다. 이미 민주노총은 이달 말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앞세워 집회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시국회가 열리면 논의될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개정안도 민주노총은 ‘개악’으로 보고 총력 저지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의 경제수석 등 인사를 보면 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정부가 앞으로 시장 의견을 더 수용하게 된다면 노동계와는 계속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21일과 올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국회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경찰관 폭행과 경찰장비 파손 등을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를 받고 있다. 영장 발부 여부는 21일 오후 늦게 정해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사례는 권영길 위원장(1995년), 단병호 위원장(2001년), 이석행 위원장(2009년), 한상균 위원장(2015년) 등이 있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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