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진핑에 역대 최고 의전… 집무실 있는 본부청사에 초대
능라도 경기장서 집단체조 관람, 오성홍기에 시 주석 얼굴도 등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평양에 머무르는 1박2일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북한은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을 최고로 예우해 “북중 친선의 불멸성과 불패성을 온 세계에 과시”(북한 노동신문)했다.
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평양에 도착한 시 주석과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환담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당 중앙위 본부청사는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자, 사회주의국가인 북한에서 ‘최고 권력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북한이 본부청사를 외국 정상에게 공개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두 정상이 금수산 영빈관에서 회담한 뒤 본부청사를 나란히 방문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에 북한의 의도가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과 중국이 당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을 고려하면, 시 주석의 본부청사 방문에는 이번 방북이 ‘당 대 당’ 외교의 일환임을 강조하는 의미도 실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은 “조중(북중) 두 당 역사에 길이 전할 불멸의 화폭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 부부가 본부청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 때 정치국 위원들을 일제히 불러 모아 함께 사진을 찍게 했다. 전례가 매우 드문 일이다.
북한은 시 주석을 위한 ‘맞춤형 특별 공연’도 준비했다. 두 정상 부부는 20일 오후 9시 30분 능라도 5ㆍ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 공연 ‘불패의 사회주의’를 관람했다.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공연이었다. 공연에선 ‘조중 친선은 영원하리라’는 제목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조중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불패의 친선 단결 만세”라는 문구가 적힌 카드 섹션 공연이 이어졌다. 시 주석 얼굴이 합성된 대형 중국 오성홍기도 등장했다. 공연장엔 관중 10만여명이 참석해 시 주석을 열렬히 환영했다. 신문은 두 정상 부부가 경기장 주석단 관람석에 모습을 드러내자 “만세”하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 일행은 금수산 영빈관에 묵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북한 매체에서 보도된 바 없는 곳으로, 북한이 새로 조성한 외빈용 숙소로 추정된다. 과거 북한을 찾은 외빈들은 1983년 평양 대상구역에 건립된 백화원 영빈관에 주로 숙박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미국 상업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인용해 “금수산 영빈관이 백화원 영빈관보다 북쪽에 위치했으며, 올해 5월 중순에야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시 주석을 ‘첫 번째 손님’으로 초대하기 위해 금수산 영빈관 공사를 급하게 마무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21일 오후 전용기 편으로 중국으로 돌아갔다. 시 주석 부부는 출국에 앞서 김 위원장 부부와 함께 북중 친선 관계를 상징하는 우의탑을 방문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은 방명록에 “선열을 기리고 세대간 우호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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