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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중국 아파트 발코니에 감시 CCTV ... 추락 막는다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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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중국 아파트 발코니에 감시 CCTV ... 추락 막는다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

입력
2019.06.23 15:00
수정
2019.06.23 19: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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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베란다와 창문을 향해 올려다보고 있다. 고층에서 주민들이 던지는 유실물로 인한 인명사고가 중국 전역에서 잇따르자 주민들이 내놓은 고육책이다. 동시에 사생활 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바이두
중국 항저우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베란다와 창문을 향해 올려다보고 있다. 고층에서 주민들이 던지는 유실물로 인한 인명사고가 중국 전역에서 잇따르자 주민들이 내놓은 고육책이다. 동시에 사생활 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바이두

중국은 폐쇄회로(CC)TV 천국으로 악명이 높다. 거리를 걷다 보면 행인을 내려다보는 감시용 카메라를 곳곳에서 마주친다. 전국에 2억대가량의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중앙 통제실에서 14억 중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거대한 파놉티콘(원형감옥)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마냥 아래로만 향하던 CCTV가 급기야 위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카메라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아파트 베란다와 창문이다.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지난해 말 47개의 CCTV를 설치했다. 카메라는 건물과 10m 떨어진 지면에서 60~80도 각도로 상공을 향해 있다. 20층 높이의 건물 17개 동에 1,5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단지다. 카메라 구입에 1대당 1,000위안(약 17만원)이 들었다. 설치와 유지비용은 모두 주민들이 부담한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이처럼 극약처방에 나선 것은 아파트 추락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서 5살 남자아이가 아파트 고층에서 떨어진 유리 조각에 맞아 숨졌다. 19일에는 강소(江蘇)성 난징(南京)시에서 10살 여자 초등학생이 8살 남자아이가 던진 물건에 맞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앞서 2016년 10월에는 안후이(安徽)성에서 아파트 단지를 걷던 남성이 벽돌에 맞아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사고가 난 아파트 1층을 제외한 32개층 96가구 176명의 집주인과 세입자를 모두 법정에 세웠지만 끝내 범인을 찾지 못했다.

일단 주민들은 대만족이다. CCTV 설치 이후 추락사고가 단 한 건도 없어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된 탓이다. 절도를 예방하고, 담배꽁초를 비롯한 생활 쓰레기를 차단하는 부수 효과도 거뒀다. 3층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발코니에서 이불을 말리다가 위에서 담배꽁초가 떨어져 불이 난 경우도 있었다”라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증거가 없어 허탕만 쳤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주민은 “싱가포르에서는 창밖으로 물건을 던지면 집을 몰수하고 엄벌에 처한다”며 고작 카메라 정도로 뭐 그리 호들갑이냐는 표정이다.

하지만 못마땅한 반응도 적지 않다. 2, 3층 높이에 그물을 설치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다른 주민은 “카메라를 줌으로 당겨 실내를 들여다보면 어떡하느냐”면서 “샤워하고 나와 찍히지나 않을까 두렵다”고 지적했다. “비가 오거나 악천후 때는 카메라가 있으나 마나 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가뜩이나 CCTV가 넘쳐나는 중국에서 개인의 자유를 겹으로 옥죄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항저우의 사례를 지켜본 상당수 네티즌은 “우리 동네에도 당장 CCTV를 달아야 한다”고 찬동하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리다. 반면 “항저우야 부자 동네니까 이런 짓까지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없는 건 아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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