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해 문화예술계 미투(#MeToo)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최영미(58) 시인이 신작 시집을 출간했다. 시집에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 내용을 담아 파장을 일으킨 시 ‘괴물’(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도 실렸다.
이미출판사는 21일 최 시인이 6년 만에 내놓는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출간한다고 밝혔다. 이미출판사는 최 시인이 세운 출판사로 알려졌다. 최 시인은 21일 자신의 자신의 블로그에 “드디어 시집이 나왔다”며 “이렇게 고생해서 낸 책은 처음”이라고 그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최 시인은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제목을 ‘헛되이 벽을 때린 손바닥’으로 하려다, 그럼 최영미의 모든 노력이 ‘헛되어’질지 모른다고 추천사를 써주신 문정희 선생님이 말려 결국 무난하게 ‘다시 오지 않는 것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2017년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는 내용을 담은 시 ‘괴물’을 문예지에 발표했다. 이후 ‘문단 내 성폭력’ 등 문화예술계에 미투 운동 바람이 불면서 언론을 통해 시에서 언급된 인물이 고은 시인이라고 밝혔다. 고 시인이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고 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다.
폭로 이후 고 시인의 작품 대부분은 교과서에서 삭제됐고 고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는 서울도서관 전시공간 ‘만인의 방’도 철거됐다. 고 시인은 최 시인을 상대로 1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최 시인 승소 판결을 냈다. 고 시인이 항소해 재판은 2심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최 시인은 지난해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시인은 2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시집 출간을 기념한 사인회를 연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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