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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백기사로 나선 미국 델타항공… “조양호 회장의 유산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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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백기사로 나선 미국 델타항공… “조양호 회장의 유산 덕”

입력
2019.06.21 17:53
수정
2019.06.21 20:3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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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왼쪽)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원태(왼쪽)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글로벌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 창립 멤버로 대한항공과 함께 했던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섰다. 고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탄탄한 협력 관계를 맺어 온 델타항공이 행동주의 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에 백기사로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다. 델타항공은 이어 “(한국과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뒤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정확한 투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20일 종가(4만 400원) 기준 약 1,0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향후 10%까지 지분 추가 매입이 이뤄질 경우 총 투자금은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 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델타항공은 조양호 전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대한항공이 주도해 2000년 창설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창립멤버로 참여했고, 지난해 5월에는 항공사 간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인 조인트벤처(JV) 관계를 맺고, 13개 국제노선과 370개 지방 도시 노선에서 수익과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의 공동운항을 시행하고 있다.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조원태 회장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며,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파트너십은 강하고 잠재력이 크다”고 발언하는 등 두 회사간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델타 측이 적극적으로 조 회장 일가 편에 서지는 않더라도 그 간 관계를 고려할 때 조 회장 경영권을 방해하는 의결권 행사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델타 지분이 10%까지 늘어나면 현재 조양호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28.93%에 더해 우호 지분이 40%에 육박하게 된다. 현재 15.98%의 지분으로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델타항공 측과) 사전 교감 같은 건 전혀 없었다”며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짐작할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지분 매입을 델타항공 측의 전략적 지분 투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델타항공은 앞서 여러 항공사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특정 기종 구매를 권고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2016년 지분 3.5%를 소유하고 있는 중국 동방항공에 A350과 B787 기종 구매를 권고를 한 전례가 있다”며 “앞으로 10%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특정 기종 구매 등 사업 결정에 입김이 세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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