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비핵화 문제 개입에 부담
北中 밀착에 대한 우려도 여전
재선 출정식 등서 北 언급 안 해
시진핑, G20서 김정은 의사 전달
“북미협상 재개 계기 기대”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일 평양에서 이뤄진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원론적 반응 외에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 방북 계획이 알려진 이후 줄곧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침묵하는 상태다. 북한이 실무 협상에 나오기를 재촉하는 미국으로선 정상회담 이후의 북한 행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지만, 무역 협상과 연계된 중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에 대한 부담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북 소식이 알려진 17일 이후 줄곧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모른 체하며 지나치고 있다.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2020년 대선 출정식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그는 20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하면서 취재진을 만났으나 관련 발언을 꺼내지 않았고 취재진의 질문도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 사건에 집중됐다. 지난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고 과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을 꾹 닫은 것이다.
미국 국무부도 시 주석 방북 계획이 알려진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으로서 북한 비핵화 달성과 제재 이행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거론한 언급만 되풀이하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북한이 조기에 실무 협상으로 나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터라 미국으로서도 시간을 갖고 북중 정상회담 메시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8~2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일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어서 무역 협상과 대북 문제를 연계시키려는 중국의 행보를 예의 주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G20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북미 협상 재개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북중 밀착에 대한 우려와 경계감도 여전하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러시아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제재 고삐를 늦추지 않은 데 이어 미국 국무부는 20일 ‘2019년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를 발표하며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재차 환기시켰다. 보고서는 2003년부터 17년 연속으로 북한을 최하위 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했고 중국도 3년 연속 3등급으로 지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경우 정권이 그 주민들로 하여금 국내외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으며 그 수익을 범죄 행위들의 자금을 대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는 매년 발표되는 연례 보고서이기는 하지만,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시점에 발표돼 미국의 경계감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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