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총리실에서 재검증하기로 해 정책 신뢰성을 훼손하고 10년 지역 갈등에 다시 불을 붙였다. 올 초 오거돈 부산시장이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 합의를 깨고 김해 신공항 백지화 및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며 촉발시킨 이 문제는 2월 문재인 대통령의 ‘총리실 검증’ 언급으로 힘을 받았다. 그렇다고 단체장 합의와 외국 연구용역까지 거쳐 기본계획과 건설일정까지 제시된 국책사업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재검증한다는 것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총리실 재검증’ 결정이 김해 신공항 백지화나 원점 재검토가 아니라, 여러 논란을 정리해 종지부를 찍자는 뜻이라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 면담 후 발표한 “김해 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하고 검토 결과에 따르기로 한다”는 합의문이 근거다.
하지만 국토부가 그동안 부ㆍ울ㆍ경의 재검증 요구에 줄곧 “대구ㆍ경북의 반발과 일정 혼선으로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고 맞서 오다 대통령의 언급 이후 이런 합의를 한 것은 의혹과 오해를 낳기에 충분하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즉각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라며 “영남권 5개 시도 합의 없는 신공항은 없다”고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는 부ㆍ울ㆍ경이 자체 검증단의 일방적 보고를 근거로 계획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은 ‘정책 프로세스를 흔드는 부적절한 지역이기주의’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도 대통령 핵심 측근이 포함된 단체장들이 정부 정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좀먹는 주장을 펴고 국토부는 이런 주장에 굴복하다니 개탄스럽다. 이런 식이면 이전 정부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에 뭐라 답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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