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포로 출신 탈북자들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닮았지만, 상대가 북한이란 특수성 때문에 재판 성립 여부는 물론, 승소해도 실제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민사39단독 김도현 부장판사 심리로 탈북자 한모(85)씨와 노모(90)씨가 김 위원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한씨 등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포로로 잡혔다. 휴전 이후 송환되지 못한 채 북한 내무성 건설대 소속으로 평안남도 강동군 탄광에서 1956년까지 3년여 동안 채굴작업에 동원됐다. 이들은 2000년쯤 탈북했다. 한씨 등은 받지 못한 33개월치 임금에다 위자료 등을 합쳐 1인당 손해배상액을 1억 6,848만원으로 산정, 청구했다.
한씨는 재판에 들어가기 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고된 노동을 하는 등 북한에서 인간 이하의 천대를 받았다”며 “꼭 돈을 받자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야만성을 폭로하겠다는 생각에서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한 김현 변호사에 따르면 탈북 국군포로 생존자는 21명 정도다.
상대가 북한이라 관심은 소송 자체보다 그 결과다. 당장 소송이 제기됐음을 알리는 송달부터 막혔다. 법원은 소송 사실을 공시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을 택했다. 한씨 등이 소송을 낸 건 2016년이었으나 이제야 첫 재판이 열린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을 소송 상대방으로 설정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우리 헌법상 북한은 ‘반국가단체’다. 대법원은 “북한은 반국가적인 불법단체지만 간첩죄에선 국가에 준해 취급한다”는, 모호한 태도다. 한씨 등을 강제노역 시킨 것이 국가로서의 불법적 행위라 볼 것인지 여부부터 따져야 한다.
난관은 더 있다. 한씨 측은 피해사실 등을 주장하겠지만 북한이 한국 법원의 사실조회에 응할 리 없으니 입증 문제가 불거진다. 김현 변호사는 “탈북 직후 국가정보원 조사 당시 한씨 등의 진술 등을 참고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승소해도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엔 “법원에 공탁된 20억원 이상의 북한의 저작권료가 있으니 그걸 배상금으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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