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공청(FAA)이 20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사들에 이란 영공 일부에서 비행을 금지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비행금지 지역은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해 부근으로, 이번 결정은 최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피습된 데 이어 이날 이란이 미군 무인 항공기(드론)를 격추하면서 이란과 미국 간 군사적 긴장감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로이터는 FAA가 이 같은 긴급 명령을 내리면서 “이번 격추 당시 이 지역에는 수많은 민간 항공기가 운항하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FAA는 비행기 운항 추적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미군 드론이 이란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피격됐을 당시, 가장 가까운 민간 항공기가 불과 45해리(약 83㎞) 반경 내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FAA는 “이란이 국제 영공에서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에 더해, 대규모 민항기 항로와 가까운 곳에서 긴장과 군사 활동이 고조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FAA의 발표에 앞서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트 에어라인’은 이란 영공을 지나는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유나이티트 에어라인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의 현 상황을 고려해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서 인도 뭄바이로 향하는 항공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FAA은 지난 달 16일에도 페르시아만(걸프 해역) 상공을 운항하는 민간 항공기에 대해 안전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당시 FAA는 노탐(NOTAM·정부가 항공기의 안전운항에 대한 정보를 관련자와 업계에 알리는 통지문)을 통해 "걸프 해역과 오만해 상공을 비행하는 모든 민항기는 고조하는 군사 행위와 정치적 긴장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통보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란 현지시간으로 이날 새벽 4시쯤 미군 드론 RQ-4 글로벌호크를 호르무즈 해협과 접한 남부 호르모즈간 주 영공에서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수 시간 뒤 이 드론이 미 해군 MQ-4C 트리톤(triton)이며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드론이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은 국제영공을 비행하던 중 피격됐다는 입장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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