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국회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지만 그 정도는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20대 총선 당선인들의 평균 연령은 55.5세로 역대 최고를 찍었고, 2030세대 수는 전체의 단 1%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비례후보자들을 모두 당선권 밖에 배치해 제도를 사실상 폐기해버렸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나름의 변을 내놓았다. “과거 청년 발탁 사례를 성공적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장하나, 김광진 전 의원을 청년 비례로 데려왔는데, 청년 세대와 소통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관심 있는 활동을 주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86세대가 이미 늙어버렸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일지 모른다. 육체적 나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을 대변하기엔 이미 공감대가 몇 광년 떨어져버렸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청년 세대와의 소통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 스스로가 청년이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청년은 단일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이 아니다. 빈자와 부자, 농촌과 도시, 여성과 남성, 비정규직과 정규직, 그들의 경험은 서로 너무 많이 다르다. 어쩌면 내가 너무 어려서일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말하는 청년의 기준인 만 45세쯤 되면 불현듯 돈오의 경지에 이르러 깨달을 수 있을지도.
두 청년 의원의 활동을 혹평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김광진 전 의원은 19대 국회 때 국방위 소속으로 수십 년 이상 묵은 수통을 전면 교체하는 등 군 장병들을 위한 실질적 변화를 추동했고, 300만원의 전역 병사 퇴직금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물론 굵직한 군 인권 문제도 수차례 공론화했다. 팟캐스트, 아프리카 등 새 매체를 통한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청년세대가 즐기는 문화 산업에 깊은 이해를 보여 주었고, 소수자 문제에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장하나 전 의원은 ‘정치하는 엄마들’을 만들고 1기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엄마로서 경험하는 보육 문제, 경력 단절, 불평등 문제 등에 적극 참여하여 결과를 냈다.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추적하고 명단 공개를 이끌어낸 이가 바로 그들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당사자의 정치’가 아닌가 말이다.
대체 우 의원이 말하는 ‘청년 세대와의 소통’이란 무엇이며, ‘자기 관심 있는 활동’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해 왔던,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청년 세대의 일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청년세대의 일이란 말인가. 다시 생각해도 통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 청년은 살아 움직이는 이 사회의 일원이 아니라, 환상 속 유니콘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청년 정치인이란 이름표는 사실 청년 세대의 표를 끌어오기 위한 정치적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야당은 한술 더 뜬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문제의 발언은 외국인에 대한 노골적 차별이자 국제 협약 위반이기도 하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애당초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도 알 수가 없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를 두고 “국내 기업들은 당연히 임금 수준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를 더 고용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 청년들 일자리만 더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이건 진짜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감정을 자극해 표를 끌어오려는 정치적 술책이다.
황 대표는 또 20일 숙명여대를 찾아 스펙이 하나도 없었던 한 청년이 다섯 군데나 되는 회사에 합격한 일화를 소개하며, 스펙보다 중요한 건 특성화된 역량이라고 주장했다. 그 청년의 정체는 황 대표의 아들이었다. 차라리 유니콘으로라도 봐 주는 게 낫지 싶을 정도인, 이게 야당 대표의 청년에 대한 이해 수준이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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