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 윤석열(59ㆍ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는 두 가지 이미지다. 검찰 외부에선 전직 대통령, 대기업 총수 등이 연루된 대형 사건에 망설임이 없었다는 의미에서 '뼈 속까지 강골 검사'라 불린다. 검찰 내부에선 조금 더 푸근하다.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따르는 검사 후배들이 많다는 의미에서 '큰 형 리더십'으로 통한다.
윤 후보자를 오랫동안 지켜 봐온 23기 동기들은 그를 '마지막 남은 검찰 내 낭만주의자'라 부른다. 검사 동일체 원칙에 따라 기수, 서열에 따른 상하관계와 위계 질서가 엄격한 검찰 내에서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것을 누구보다 중시한다는 뜻이다. 실제 국정 및 사법농단 등 대형 사건 수사 때 후배 검사들 사이에서 윤 후보자는 '봉'이라 불리기도 했다. 늦은 밤 혹은 새벽, 수사의 고단함으로 녹초가 된 후배 검사가 전화하면 자다가도 뛰어나가 술 한잔 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윤 후보자는 이 ‘새벽 회동’을 일러 "지검장인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자 놓쳐선 안 될 의무"라고 표현했다.
이런 성품이 검찰총장 직무 수행에도 도움이 되리란 관측이다. 후배 기수가 총장이 되면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마지못해 옷 벗던 풍경도 윤 후보자 내정 이후엔 멈칫하고 있다. 20여명의 선배 검사 중 사의를 표명한 이들은 두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사퇴하겠다는 선배 검사들도 윤 후보자에 대한 ‘감정’보다는 현 정권과의 관계 등을 사직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사시 9수 때문에) 내 나이가 많다. 후배가 총장된다고 옷 벗는 일은 없어야 하고, 내가 또 그렇게 하겠다.” 윤 후보자의 평소 지론이다. 윤 후보자가 바꿀 검찰 문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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