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피싱스톱’ 내려받았는데 안드로이드 파이(9.0) 버전 이후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떠요. 사용할 수 있게 조속히 업그레이드해주세요.” “최신 스마트폰에서 작동이 안되면 왜 만들었나요?”(소비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 정책에 따라 안드로이드 파이 버전 이상은 지원이 불가능합니다. 양해 부탁드리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IBK기업은행)
구글의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IBK피싱스톱’ 앱 리뷰란에는 이 같은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기업은행이 2년가량 공들여 개발해 지난 3월 출시한 이 앱은 인공지능(AI)이 통화 중 실시간으로 보이스피싱 확률을 계산해 일정 위험수준을 넘어서면 고객에 경고하는 최신 기술이 적용돼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구글이 지난해 하반기 공개한 안드로이드 OS 9.0 버전부터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이유로 기존에 가능했던 녹음 기능을 차단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IBK피싱스톱은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녹음해 문자(텍스트)로 전환한 뒤, 텍스트로 분석된 기존 보이스피싱 사례의 발화 패턴, 문맥 등을 대조해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9.0 버전은 올해 출시된 삼성 LG의 신형 스마트폰에 적용됐고, 이전 버전 사용자들도 9.0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일 “스마트폰 제조사(삼성 LG 등)가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설치한 앱(선탑재 앱)이 아닌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사용자가 내려 받을 수 있는 앱(서드파티 앱)의 통화녹음 권한을 구글이 막아버렸다”며 “이전 버전의 안드로이드 OS에서 가능했던 수신 통화 녹음이나 발신 통화 녹음이 모두 안돼 IBK피싱스톱을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IBK피싱스톱은 2017년 3월 기업은행 IT정보부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 자발적으로 공부모임을 만들어 추진하다 지난해 1월 정식 업무로 채택됐고, 그 해 6월에는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주관하는 ‘2018 빅데이터 플래그십 선도사업’에 선정돼 4억8,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금감원도 지난해 기업은행에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 8,000여건을 제공하고 지난 3월에는 윤석헌 원장과 간부들을 대상으로 시연행사를 개최하는 등 적극 후원했다. 심각한 금융피해를 유발하는 보이스피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융당국은 물론 타 부처까지 지원하고 나서며 사전 예방을 위해 힘을 실어준 이 앱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앱의 확장성에 한계가 생기자 기업은행 고객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을 풀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계획도 미뤄지고 있다. 19일 기준 IBK피싱스톱 설치자는 약 2만명, 앱을 이용한 통화는 4만7,700여건, 그 중 경고 알림은 165건이다.
기업은행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와 접촉해 IBK피싱스톱이 범죄 예방 목적이 강한 공익적인 앱이라는 점을 호소하며 선탑재 앱이나 제조사 재량으로 녹음기능을 허용해주는 ‘화이트 리스트’에 포한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구글에 사용료를 내고 안드로이드 OS를 빌려 쓰는 입장이라 구글의 방침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선호나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앱이 탑재돼 스마트폰 저장용량이 낭비된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제조사들이 선탑재 앱을 줄이는 추세라는 점도 부담이다.
기업은행은 스팸번호 차단 앱 ‘후후’를 운영하는 후후앤컴퍼니와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후후는 LG전자 스마트폰의 선탑재 앱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3월 금감원 시연회에 참석했던 후후앤컴퍼니 측에서 관심을 보이며 먼저 협업을 제의해 왔다”며 “후후에 IBK피싱스톱이 접목된다면 LG 스마트폰에는 보이스피싱 방지 기능이 작동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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