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북한주민 어선 4명을 태우고 강원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목선. 이 목선은 해군과 해경의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유유히 부두로 들어온 것으로 드러나 허술한 해상경계가 도마에 올랐다. 독자 제공

지난 15일 오전 북한 목선이 강원 삼척항에 정박한 채 발견된 것과 관련, 해양경찰청이 주민 신고를 접수한 직후 해당 내용을 곧바로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작전사령부, 청와대 국정상황실 등에 전파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해경이 전파한 내용에는 목선의 정박 위치와 기관 고장 수리여부 등이 포함돼 있어 군 당국의 ‘거짓 브리핑’을 통한 은폐ㆍ축소 의혹이 더 커질 전망이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해경 상황센터와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동해해양경찰서의 15일자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해경 측은 신고를 접수한 직후부터 당일 오전 10시 8분까지 3시간여동안 각종 확인사항을 1, 2, 3, 4보의 형태로 합참ㆍ해작사ㆍ청와대ㆍ국가정보원 등에 상세히 전했다.

북한 목선 관련 해양경찰청 상황센터 상황보고서. 김정재 의원실 제공

동해해양경찰서는 북한 어선 입항이 확인되고 4분이 지난 오전 6시 54분 해경과 국정원에 정박사실이 담긴 첫 보고서를 발송했고,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 즉각 같은 내용을 해군1함대 사령부에 전달했다. 이어 해경 본부 상황센터가 추가 정보를 취합해 15분 뒤인 오전 7시 9분 각종 관계기관에 해경 본부발 1보를 전달했다. 이 문서에는 ‘오전 6시 50분 삼척항 방파제에 미상의 어선(4명 승선)이 들어와있는데 신고자가 선원에 물어보니 북한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신고접수’, ‘함경북도 경성에서 6월 5일 조업차 출항하여 6월 10일경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다 14일경 수리돼 삼척항으로 입항’ 등 정보가 포함돼있었다.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합참은 이미 정박지를 포함한 북한 목선 관련 주요 정보사항을 알고 있었음에도 17일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접수했다”고 발표한 셈이 된다. 군 당국은 18일과 19일에도 각각 “해경으로부터 방파제에서 접수했다는 상황을 전파받았다”, “삼척항 방파제 부두 끝에 접안했다고 한다”고 발표하며 삼척항 정박 사실을 숨겼다. 국방부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첫 브리핑 당시 해경 발표를 미처 알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 또한 거짓말 논란이 일게 됐다.

그 밖에 최초 신고자의 신원과 파고(波高) 등에 대한 해경의 상황보고와 군 당국의 설명도 엇갈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 상황센터가 오전 10시 8분 군과 국정원, 청와대 등에 발송한 본부 상황보고서 3보에는 ‘해당 선박을 최초 신고한 사람은 삼척시에 거주하는 51세 남성 직장인’이라고 돼있지만, 군은 당초 최초 신고가 어민 등으로부터 이뤄졌다고 했다. 또 군 당국은 ‘입항 당시 파고가 최대 2m로 높아서 식별이 힘들었다’고 했지만 보고서에 명시된 파고는 0.5m에 불과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이날 “지난 15일 북한 소형 목선 상황 당시 합참은 해경으로부터 정상적으로 상황을 접수했다”며 “17일 브리핑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또 ‘해경 발표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다’는 발표에 대해선 “15일 해경이 문자 공지한 사실을 몰랐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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