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대책 빨리 세워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지금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한반도 문제 미국 결정자론’으로 끌려가고 있다”며 정부의 대북 전략을 비판했다. 현 통일부 장관인 김연철 장관을 향해서는 “축사만 하고 다니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지적하는 등 정부 외교ㆍ안보라인에 대한 불만을 직접 드러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전 장관은 이날 국회의원 연구단체 ‘한반도 경제문화 포럼’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6ㆍ15공동선언 19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도 미국 허락을 받으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자승자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대통령이 일을 저질러 놓고 미국으로부터 양해를 받는 식의 ‘선(先)조치 후(後)양해’로 접근하지 않으면 지금 상황에선 한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또 “사사건건 허락을 받으려는 것을 끊지 않으면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며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서전에 썼듯이 그렇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정 전 장관은 대통령의 참모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참모들이 ‘그쪽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만 말해도 될 정도로 확실한 주관을 가졌다”며 “이번 정부 참모들은 대통령의 발목을 너무 잡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에 기고한 내용을 언급하며 “그동안 남북미 3자 구도로 북미 협상 내지 북핵 협상이 진행됐지만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중국이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4자(남북미중) 프로세스로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축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난 김 장관을 향해 “판이 커졌다. 통일부가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며 “통일부 장관이 축사하고 다니면 안 된다. 비정상이다. 자꾸 그러지 말라. 지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김 장관은 축사에서 “네 차례 북중 정상회담은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 왔다”며 “이번 5번째 회담 역시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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