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재지정 취소 파장… 학교ㆍ학부모 “위법적 평가” 반발
전북 커트라인 10점 높아 불리… 내달초 청문ㆍ교육장관 동의 남아
전북도교육청이 20일 발표한 전주 상산고 학교 운영성과 평가 결과표. 한국일보

전북 전주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는 선발의무가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지표를 평가 항목에 포함시킨 것이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표는 1기 자사고인 상산고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선발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교비회계 운영 적정성과 학생 1인당 교육비 적정성 지표도 현저히 낮은 평가를 받아 논란이 예상된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불공정 평가”라며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천명했다.

20일 전북도교육청이 밝힌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 따르면 31개 평가지표 가운데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가 4점 만점에 1.6점을, 학생 1인당 교육비 적정성은 2점 만점에 0.4점을, 교비회계 운영의 적정성에서 2점 만점에 0.8점 등 낙제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상산고가 이번 평가에서 79.61점을 받아 자사고 재지정 기준치인 80점에 불과 0.39점 부족했던 것에 비춰보면 지정 취소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상산고 학교 평가는 총 6개 영역에 12개 항목, 31개 지표를 평가했다. 매우 미흡부터 매우 우수까지 5개 단계로 나눠 1개 지표 당 2~5점을 배점하고 총점은 100점으로 했다. 상산고는 학생 충원율, 기초 교과 편성비율,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 교육시설 확보 정도, 학생 및 학부모, 교원의 학교 만족도 등 15개 지표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번 평가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의중에 따라 밀어붙인 결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3선에 성공한 진보성향의 김 교육감은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로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개편하지 않는 한 공교육 정상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 같은 방침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방침과도 같다. 김 교육감은 자사고에 입학하는 학생들만 두 번 기회를 주는 것은 특혜이기 때문에 자사고든 일반고 지원자 모두에게 한 번의 기회를 동일하게 주는 것이 공정하다는 신념을 평소 가져왔다.

자사고 지정 평가결과를 발표한 이날 한국교원대학교 특강으로 자리를 비운 김 교육감이 오는 24일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전북도교육청은 “김 교육감이 24일 전북과학교육원에서 열리는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교육감은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배경과 추후 계획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교육청은 평가 결과를 토대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에 미달했더라도 당장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지정 취소 처분 결정이 확정되기까지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 있어 확정단계에서 구제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다음 달 초 청문을 실시한 뒤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후 교육부장관의 자사고 취소 동의를 얻어 8월초 고입전형기본계획을 수정하고 9월 중순 2020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전형요강을 공고할 예정이다.

학교와 학부모, 총동창회 등 상산고 구성원은 도교육청 평가에 대한 불공정성과 형평성을 제기하며 구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79.61점을 받은 상산고가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다면 기준치가 70점인 타 시ㆍ도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도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향후 청문 등 절차에 적극 대응하고 이후 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